현대캐피탈 문성민. 스포츠동아DB
갑작스런 포메이션 변형은 외국인선수 바로티의 예기치 못한 부상 탓이었다. 바로티가 26일 산토리전에서 스파이크 후 착지하다 발목을 다친 것이다. 최소 1달은 치료에 전념할 상황이다. 몸을 만들 시간까지 합치면 공백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고심 끝에 선택한 ‘레프트-문성민, 라이트-바로티’ 구상이 근본부터 흔들릴 상황에 처했다. 결국 최 감독은 문성민의 라이트 전환을 배제하지 않기로 했고, 27일 산토리전을 사실상 10월 14일 V리그 개막전(대한항공전)의 시뮬레이션 포석으로 임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산토리를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그러나 매 세트 박빙이었다. 끈질김은 있었지만, 결정력은 미지수였다. 결국 문성민의 상대 팀 외국인선수의 롤(role)을 해줘야 길이 열릴 수 있다. 한 줄기 빛은 라이트 문성민의 위력은 지난 2시즌 동안 봐왔던 그대로였다는 사실이다.
평가전 직후 만난 문성민은 “아직 바로티의 정확한 회복 시점을 모른다. 다만 나는 레프트와 라이트 어디든 다 준비가 됐다. 팀 상황에 맞게 뛸 뿐”이라고 말했다. 문성민의 피지컬은 국내선수 중에서는 비교불가일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레프트는 파워가 아니라 기술, 멘탈이 결합되어야 기능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문성민은 “라이트가 익숙하다. 그러나 레프트로서 어떻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한다. KOVO컵에서는 너무 잘하려는 욕심이 앞섰다. 레프트를 한다면, 마음부터 편하게 가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KOVO컵에서 리베로로 전격 기용됐던 소회도 밝혔다. “연습하려고 했는데 생각했던 만큼은 안 됐다. 수비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리베로의 고충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레프트로 뛴다면 현대캐피탈의 스피드를 지탱할 수 있는 리시브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토종선수들로만 V리그 개막을 맞을 환경. 그러나 문성민은 동요 없이 “상황에 맞게 할 것”이라고 짤막해도 반박할 수 없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