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 500만 관객 원동력…명품 단역·조연 ‘1000대 1’의 힘

입력 2017-10-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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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메가박스

강윤성 감독 17년 추진한 야심작
영화 포기할 찰나 극적투자 결정
명품조연 홍기준 허동원 윤병희
1000명 상대 오디션 통해 발탁


영화 ‘범죄도시’가 높은 관심 속에 500만 관객을 눈앞에 뒀다. 2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킨 것은 물론 새로 개봉한 한국영화들도 가볍게 따돌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범죄도시’(제작 홍필름)는 주인공 마동석을 흥행배우로 올려놓았고, 악역을 처음 맡은 윤계상에 역대 최고 성적을 안겼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주목받는 성과가 있다. 17년간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흔여섯 살이 돼서야 연출 데뷔작을 내놓은 강윤성 감독, 영화 속 캐릭터를 마치 실제 인물처럼 연기한 실력파 무명 배우들의 활약이다. 이들은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향후 활발한 활동까지 전망된다.

‘범죄도시’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은 데뷔작으로 500만 흥행 성과를 거둔 행운을 맛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신인감독의 성공 사례로 치부하기엔 그가 지나온 시간은 녹록지 않았다. 미국에서 영화를 배운 감독은 17년 전 돌아와 첫 연출작을 준비했다. 제작은 쉽지 않았다. 이후 2∼3년 동안 영화를 준비하다 무산되기를 반복했다.

14년 전 결혼한 강윤성 감독은 뮤직비디오 연출이나 홍보 영상물을 만들면서 생계를 이었다. 영화를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아내와 스페인 여행을 떠났을 때 극적으로 ‘범죄도시’의 투자가 결정됐고, 제작이 급물살을 탔다.

출연 배우들의 사연도 극적이다. 주연 배우와 주요 조연을 제외하고 대부분 얼굴과 이름이 낯선 무명 배우들이 화면을 채운다. 감독과 제작진은 처음부터 ‘단역이나 무명으로 조연 캐릭터를 캐스팅하겠다’고 정한 뒤 1000여 명을 상대로 2∼3개월 동안 오디션을 진행했다. 돋보이는 개성으로 관객에 확실히 각인된 홍기준과 허동원, 윤병희는 그렇게 발탁됐다.

마동석과 강력반 형사로 호흡을 맞춘 홍기준(39)과 허동원(37)은 그간 출연한 영화가 10여 편에 이르지만 ‘이름이 있는 배역’은 거의 없다. ‘인천상륙작전’, ‘프리즌’ 등 흥행작에 출연했지만 대부분 단역으로 짧게 등장했을 뿐이다. 주요 역할은 ‘범죄도시’가 처음이다.

나이트클럽 직원이자 중국 공안 역까지 동시에 맡아 관객에 반전의 재미를 선사한 윤병희(36)도 비슷하다. 이들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개성강한 외모, 탄탄한 연기력을 발판 삼아 ‘범죄도시’ 흥행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범죄도시’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하면서 후속편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는 상황. 영화를 기획한 마동석이 “2편에 대한 아이디어도 구상해놓았다”고 밝힌 만큼 ‘범죄도시’로 반전의 상황을 맞은 감독과 배우들의 후속편 참여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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