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2926일! 나지완이 그린 가을 무지개

입력 2017-10-28 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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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완을 조커로 쓰겠다.”

KIA 김기태 감독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3차전에 앞서 선발 라인업을 공개했다. 그런데 1차전과 2차전에 5번타자이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한 팀 타선의 핵 나지완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낮경기다. (구장규모가 큰) 잠실경기임을 감안해 (수비범위가 넓은) 김호령이 중견수로 선발출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날 좌익수 이명기(1번)~중견수 김호령(8번)~우익수 로저 버나디나(3번)가 외야 세 자리에 포진했다.

나지완은 벤치에서 대기했지만 김 감독의 말처럼 완벽한 조커의 역할을 해냈다. 4-1로 앞서다 4-3까지 쫓긴 상황에서 9회초 대타로 나선 그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2점홈런을 터뜨렸다. 2사 3루서 9번타자 김민식 타석 때 대타로 등장해 상대 마무리투수 김강률을 상대로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한가운데 높은 직구(시속 148㎞)를 받아쳐 전광판 왼쪽 외야 관중석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포(비거리 130m)를 만들었다.

스코어는 곧바로 6-3으로 변했고, 홈런 한 방에 팽팽하던 승부는 급격히 KIA 쪽으로 기울었다. 두산 역시 사실상 승기를 넘겨준 것으로 판단하고 김강률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KIA는 6-3으로 승리하며 1승 후 2연승으로 KS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나지완의 이 홈런은 2009년 10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의 끝내기 홈런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3승3패로 맞선 7차전 5-5 동점으로 맞선 9회말 나지완은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을 날리며 MVP(최우수선수)에 오른 바 있다.

그날로부터 2926일. 한국시리즈 무대였고, 잠실이었다. 그리고 9회였다. 8년 전보다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타구였지만 떨어진 지점도 비슷했다. 나지완은 8년 전 가을을 채색했던 무지개를 다시 한번 잠실 하늘에 수놓으면서 KIA 팬에게 그날의 추억을 소환했다.

●KIA 나지완=선발로 못 나왔던 것이 큰 자극이 됐던 것 같다. 감독님이 경기 전에 ‘찬스 때 나갈 것이다’고 말씀해주셨고 그에 따라 준비했다. (홈런에 대해)노림수는 없었다. 2차전에 만났을 때 김강률의 패스트볼이 빠르다고 생각했다. 주자가 3루였기에 변화구 승부를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거운 배트를 쓰는데 짧게 잡고 친 것이 운 좋게 잘 맞은 것 같다. 김강률이 미스터제로 아닌가. 엄청 짧게 잡고 쳤다. 1·2차전에서 타격감이 나쁘지는 않았다.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지 중심에는 맞았었다. 자신감을 갖고 쳤다. TV를 보면 2009년 (7차전 끝내기홈런) 영상이 나온다. 이제는 그 영상이 더 나오지 않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잠실 |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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