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전남 직원 폭행, 빗나간 인천 팬심

입력 2017-11-0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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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열정이 물의를 빚었다. 5일 광양에서 벌어진 전남-인천 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인천 팬들이 그라운드에 내려가 전남 구단직원을 폭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현재 경찰 조사 중이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인천팬 2명, 퇴장 항의하다 전남 직원 가격
여성경호원은 원정팬에 신체 접촉 봉변도
프로축구연맹,상벌위 검토·징계도 불가피


열정도 과하면 화를 불러일으킨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인천 유나이티드가 그렇다. 5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7라운드 원정경기에 나선 인천은 잘 싸우고도 온갖 비난의 중심에 섰다.

인천은 2-2 무승부를 거둔 뒤 일부 몰지각한 팬들이 그라운드에 진입해 전남 그라운드 담당직원을 폭행하는 물의를 빚었다. 선수 2명을 전·후반 경고누적으로 퇴장시킨 것과 관련해 심판진에 항의하던 인천 서포터스 가운데 2명이 필드까지 넘어와 상황증거를 수집하려고 개인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던 전남 직원을 팔꿈치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들은 사진을 지운다는 이유로 휴대폰을 가져갔다가 경찰이 출동하자 서둘러 돌려줬으나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라운드의 사고에 앞서 전남 구단이 고용한 여성 경호원은 원정 팬들에게 다가가 소요 사태를 막으려다 신변에 큰 위협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신체접촉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턱과 목 부위에 심한 타격을 입은 직원은 어지러움 증상을 호소하며 한참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다가 경기장에 대기 중이던 119 구급차량으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된 뒤 입원 조치를 밟았다. 경찰은 사고를 일으킨 팬들의 인적사항을 정리한 뒤 현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에 있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사실은 현장의 인천 직원들 중 누구도 전남 측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폭행당한 홈팀 직원에게 “괜찮냐”는 말도 건네지 않았다. 300여명으로 구성된 원정 응원단 중에는 인천 프런트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유정복 인천광역시장까지 현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했다.

인천 팬들은 “(해당 직원에게) 휴대폰 사진을 찍지 말라고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전남 측의) 한 여성이 우리를 향해 머리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등 도발했다”고 주장했으나 어떠한 이유에서건 폭행은 용납되지 않는다. 장내 아나운서가 걸걸한 욕설을 퍼붓던 인천 팬들에게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를 수차례 전달했음에도 흥분할 대로 흥분한 이들은 관중석을 빠져나가는 순간까지도 온갖 육두문자를 쏟아냈다.

당연히 중징계는 불가피하다. 사고 당사자들의 합의 여부 및 보상, 구단 차원의 사과, 경찰 판단과는 별개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 사태를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천은 오래 전부터 도를 넘은 팬들의 응원으로 지탄을 받았다. 심판진의 퇴근을 막기도 했고, 일부는 경기장까지 난입한 사례도 있다. 그 때마다 벌금과 경고 징계를 받았지만 행동은 바뀌지 않았다. 프로연맹 담당자는 “이르면 6일 평가위원회를 거쳐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구단의 미흡한 관중관리 책임도 있으나 팬들을 자제시키지 않은 인천은 전혀 할 말이 없다. 당연히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단으로 향한다. 후반 중반부터 9명이 싸워 값진 무승부를 일궜음에도 긍정적인 평가는 나오기 어렵다. 일각에선 “벌금과 경고는 물론, 무관중 징계까지 검토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유럽은 과한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팬들을 영구적으로 경기장 출입을 막는다. 인천은 2주 간의 A매치 휴식기가 끝난 직후인 18일 상주상무와 홈경기를 갖는다. 또 한 번의 ‘단두대 매치’다. 뒤숭숭한 분위기는 불가피하다. 이래저래 웃을 수 없는 인천의 요즘이다.

광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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