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3만 관중·2방 축포…추위 잊은 한국축구

입력 2017-11-10 2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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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는 지난 2개월간 안팎으로 많은 생채기가 났다. 성한 곳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한국축구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국가대표팀이 연이어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팬들의 비난을 샀고, 동시에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과 관련한 진실공방 논란이 겹치며 암흑의 터널을 지나쳐야했다.

그런 점에서 대표팀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A매치 콜롬비아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 관중들 앞에서 다시금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물론 걱정도 많았다. 자칫 홈에서 다시 한 번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차가워진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더욱 힘들다는 우려였다. 한쪽에선 11월 A매치를 무관중 경기로 만들어 대표팀이 정신을 차리도록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콜롬비아전이 다가오면서 이 같이 냉랭한 여론은 조금 녹아드는 조짐이 보였다. 이는 A매치 관심의 척도인 예매현황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날 경기 하루 전까지 약 2만5000장의 티켓이 팔렸고, 당일에도 온라인 예매와 현장구입이 더해져 3만장에 가까운 입장권이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별칭)를 찾은 총관중은 2만9750명. 오전부터 강한 비바람이 수도권을 몰아쳐 체감온도가 영하권 가까이 떨어졌지만 응원 열기는 경기 시작 전부터 끝까지 계속됐다.

강추위를 녹인 ‘손난로’는 해결사 손흥민(25·토트넘)의 골이었다. 손흥민이 전반 11분 영리한 슛으로 선취골을 터뜨리자 경기장을 찾은 3만 관중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응원의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의 직전 A매치 마지막 필드골(10월 6일 우즈베키스탄전) 역시 같은 장소인 빅버드에서 나왔다. 이어 손흥민이 후반 16분에도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빅버드는 곧바로 축제 분위기가 됐다.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며 응원에 보답했다.

막판 공방전 끝에 2-1 승리로 끝난 경기. 오랜만의 승리에 도취한 관중들은 한동안 응원석을 떠나지 않고 여흥을 즐겼다. 그간 한국축구를 둘러싼 논란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하루가 그렇게 흘러갔다.

수원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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