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버클리 음대생’ 남현수, 열정가득 할리우드 진출기

입력 2017-11-14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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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활약을 펼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특히 문화콘텐츠와 관련된 인력(人力)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창작의 시너지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 때다. 또한 그것이 배우나 가수 등 모습이 비춰지는 영역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작곡가나 애니메이터 등이 그렇다.

그 중에서 주목할만한 작곡가가 있다. 현재 미국 드라마 ‘아웃랜더’와 ‘에이전트 오브 쉴드’ 음악 작곡을 하고 있는 남현수다. 그는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 ‘배틀스타 갤럭티카’, 영화 ‘클로버필드 10번지’ 작곡가로 유명한 베어 매크리리와 함께 작업을 하며 미국에서 주목받는 신인작곡가로 성장하고 있다.

처음 미국에서 온 그의 이메일을 봤을 때는 호기심이 반이었고, 무관심이 반이었다. 그런데 그의 자기소개를 읽으면서 무관심이 호기심으로 채워졌고 바로 질문지를 보내 인터뷰를 요청했다.

앞서 말했듯, 그는 현재 미국 유명 작곡가인 베어 매크리리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남현수 작곡가는 “내가 존경하는 작곡가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매크리리의 남다른 열정을 극찬했다.

“촬영편집본이 오면 매크리리는 제가 작업해야 할 장면을 주고 그 장면에 음악작업을 하고 곡을 넣어요. 매크리리와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할리우드에 많은 작곡가들이 있지만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다양한 장르에 능하고 본인의 개성이 확실하다보니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 늘 감탄을 하게 되죠.”


맥크리리와 함께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웃랜더’라고. 남현수 작곡가는 “정말 좋아하는 드라마이기도 했고 그 드라마의 음악을 정말 좋아했다”라며 “그 드라마의 음악작업을 하게 됐다는 소식에 정말 미친 듯이 펄쩍펄쩍 뛰었다. 첫 번째 편집본을 받고 정말 행복해서 싱글벙글 웃으며 일을 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작업 방식에 대해 한국과 차이점을 느끼기도 했을까. 그는 “작곡가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미국이 좀 더 세분화 되어 있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매크리리가 큰 작품을 많이 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보통 작곡가, 뮤직 에디터, 편곡자, 오케스트레이터, 악보 관리자, 레코딩 세션 관리자 등이 있어요.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할 때도 있더라고요. 물론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되기도 해요. 다양한 일을 해보는 거니까요. 하지만 작업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어느 쪽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에요. 똑같이 좋아야 합니다.(웃음) 작곡가로서 좋은 음악을 써야하는 건 전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인 과제에요.”


남현수 작곡가는 5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클래식 음악과 영화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엔리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시네마 천국’을 처음 보며 음악인으로 살아야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지금까지 ‘시네마 천국’은 그가 가장 많은 본 영화 중 하나로 어디에서든 ‘시네마천국’의 음악이 흘러나오면 어린 시절 느꼈던 감동을 그대로 느낀다고 했다.

“어렸지만 영화음악의 힘을 느낀 것 같아요. 언젠간 아름다운 음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영화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많은 이들이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 때는 막연한 환상이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현실이 돼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요.”

이후로 그의 삶은 오로지 음악이었다. 남현수 작곡가는 부산 브니엘 예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왔고 부산대학교에서 작곡 전공을 하기도 했다. 그는 부산대학교를 과수석으로 졸업함과 동시에 작곡 전공 실기 최우수로 졸업해 본인의 음악 ‘숲속의 정경’이 공중파 방송에 나가기도 했으며 이 곡으로 신인 작곡가로 데뷔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한국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자신의 입지를 다진 남현수 작곡가는 특별한 선택을 했다. 미국 버클리음대를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음악인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음에도 그가 또 다시 도전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바로 ‘영화’였다.

“중학교 때 우연히 음악 잡지에서 버클리 음대에 관한 기사를 봤어요. 그곳에 영화음악과가 있다는 걸 보고 관심이 생겼어요. 언젠간 기회가 되면 버클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대학을 마치고 버클리에 가고 싶다는 꿈이 좀 구체화되기 시작했어요. 단순히 영화음악을 배우는 것보다는 버클리의 교육 커리큘럼이든지 환경이 궁금했거든요. 할리우드 시장에 경험이 있는 교수님들의 강의도 들어보고 싶었고요.”


이에 남현수 작곡가는 대학을 졸업한 후 유학길에 올랐고 버클리 음대 장학생으로 진학했다. 버클리에서 영화음악 (Film Scoring)과 일렉트로닉 프로덕션 (Electronic Production & Design)을 복수전공하며 비디오게임(Video Game Scoing) 음악을 부전공으로 공부했다. 주전공은 버클리 내에서도 가장 힘들고 과제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라고. 하지만 남현수 작곡가는 궂은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두 전공을 함께 공부한다는 게 여간 쉽지 않았다”라며 “과제가 매 과목마다 쏟아져서 시간 활용을 정말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기서는 그저 자기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어요. 버클리에는 수업 외에도 세미나, 리사이틀, 레코딩이 매일 있어요. 그래서 내게 도움이 되는 것들에 참여하고 경험을 쌓았죠. 수업과 과제를 잘하는 것 말고도 레고딩 세션에 연주자로, 지휘자로, 때로는 디렉터로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함께 작업을 했죠. 아마 그 때가 제가 작곡가로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유학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으니 “무성 영화 ‘오페라의 유령’과 ‘노스레파투(Nosferatu)’에 작곡가로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쿨리지 코너 극장에서 위촉받아 ‘오페라의 유령’의 작곡가로 선정된 것. 그가 쓴 곡이 쿨리지 극장에서 영화 상영과 함께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연주됐다. 이후 그는 미국 동부 일대극장을 오케스트라와 투어하며 연주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또한 이듬해 보스턴 팝스타 오케스트라에 위촉받아 무성영화 ‘노스페라투’의 작곡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쿨리지 코너 극장의 요청으로 버클리 교수님들이 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을 몇 명 뽑았어요. 다 같이 90분짜리 무성영화에 음악을 작곡했고 한 사람이 약 ·12분~15분 정도 음악을 완성시켰죠. 당시 그 공연은 전석매진으로 성황리에 끝났어요. 제 음악이 미국에서 연주된다는 게 정말 잊을 수 없었죠. ‘노스레파투스’는 할로윈데이를 맞아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에서 요청이 들어왔고 교수님께서 제게 제안을 하셨어요. 저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잖아요.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어요. 여기서는 학생이 아닌 프로 작곡가로 활동하는 거라 그만큼의 수준의 곡이 나와야했거든요. 하지만 그 극장이 만석이 되고 공연이 끝난 후 기립박수를 받는 순간, 가장 벅찬 경험을 맞이했어요.”

현재 남현수 작곡가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tvN ‘부암동 복수자들’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와 손을 잡고 일할 예정이다. 그는 “한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일할 것 같다. 한국 영화음악도 많이 발전하고 있기에 그 과정에 함께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 오랜 꿈은 언제나 미국에서 영화 음악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래요. 제게 꿈을 줬던 ‘시네마 천국’의 엔니오 모리꼬네와 ‘E.T’, ‘쥬라기공원’의 존 윌리엄스와 같은 작곡가처럼 영화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제게 좋은 영화를 만나게 해 준 그들처럼, 제 음악으로 인해 한 영화가 누군가의 마음속에 깊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또 좋은 곡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기억되고 싶어요.”

남현수 작곡가는?

▲부산대학교 음악과(작곡 전공) 장학생 입학
▲부산대학교 음악과 수석졸업
▲한국 음악 교육 협회 콩쿠르 작곡부문 금상 수상
▲신인 작곡가 데뷔 공연 (PBC홀)
▲버클리 음대 장학생 입학
▲버클리 영화음악 전공 대표로 선정 (PWMA 공연)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 작곡 – 미 동부 투어
▲노스페라투(Nosferatu) 작곡– 보스톤 팝스 오케스트라와 보스톤심포니홀 연주 (전석 매진)
▲버클리 음대 우수 졸업 (Film Scoring, Electronic Production & Design 전공)
▲Doug Timm Award수상
▲Geroge Delurue Award 수상
▲Roland Award 수상
▲경력 : 미국 드라마 The Americans, Greenleaf, Outlander, Agent of S.H.I.E.L.D 미국 영화 The Domestics, Stanger, Mango Sticky Rice. 한국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웹드라마 아이돌 권한대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남현수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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