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지진 피해 주민들에 위로가 됐으면…”

입력 2017-11-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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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사진제공|KLPGA

허리 부상 불구 1·2라운드 출전 책임감
동료들과 상금 일부 성금으로 기부키로


“이번 대회가 갑작스런 지진으로 놀라셨을 지역 주민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대회를 무사히 마친 ‘골프 여제’는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부탁에 응해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도 최근 지진피해를 겪은 지역 주민들에게 건네는 위로도 잊지 않았다.

‘골프 여제’ 박인비(29)는 한국여자골프의 명맥을 잇는 대들보 같은 존재다.

고(故) 구옥희와 박세리(40)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했던 선배들의 뒤를 따라 위대한 업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2015년 아시아인 최초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커리어 그랜드슬램(4개 메이저대회 우승)부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에 이르기까지. 몇 년간 최정상을 지켜온 이가 박인비다. 이러한 골프 여제가 3년 전 자신 있게 내놓은 대회가 있다. 바로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이다.

사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달랐다. 지난해 부상을 이유로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최자로서 속도 상하고, 직접 초청한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만큼은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직 허리 부상이 완쾌되지 않았지만 첫 날과 둘째 날, 이틀 연속 클럽을 잡았다. 특히 1라운드에선 이정은5와 짝을 이뤄 후배 김지현과 최혜진에게 한 수 위 기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존재감은 필드 위에서만 드러나지 않았다. 개막을 앞두고 발생한 경북 지역 지진피해가 박인비의 마음을 건드렸다. 피해를 입은 지역은 대회장인 경주 블루원 디아너스 컨트리클럽 근처일 뿐만 아니라 시댁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박인비는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 우승상금 일부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대회가 끝난 뒤 만난 박인비는 먼저 함께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사실 이번 대회는 시즌이 끝날 시점에 열리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피곤한 상태다. 그런데도 초청에 선뜻 응한 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줬다. 주최자로서 너무 고맙다”고 활짝 웃었다. 그러나 지진피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사뭇 달라졌다. 박인비는 “올해부터 대회 장소를 경주로 옮긴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난해 지진으로 입은 피해를 위로해드리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올해에도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일에 많은 분들이 놀라셨을 텐데 이번 대회가 조금이나마 이를 치유하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경주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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