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2017’ 상주 상무와 부산 아이파크의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상주가 부산을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한 뒤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상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역사를 연출하는 것도, 전통을 지키는 것도 이토록 어렵다.
올 시즌 K리그의 대미를 장식할 운명의 한 판은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120분 혈투까지 승자를 가리지 못한 가운데 진행된 ‘잔인한 11m 룰렛’에서 홈팀이 활짝 웃었다.
26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상주 상무와 부산 아이파크의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PO) 2017’ 2차전은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ABBA’ 방식이 적용된 승부차기로 진행됐다. 결국 상주의 5번 키커 주민규의 골로 상황이 종료됐다. 승부차기 5-4 승리로 상무가 생존에 성공했다.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스트라이커 주민규는 연장전까지 0-1 패배로, 1·2차전 합계 스코어 1-1 균형을 이룬 상황에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홈팀의 5번째 키커로 나섰다. 부산의 4번 키커 고경민이 찬 볼이 크로스바를 넘어가면서 기울어진 승부에 방점을 찍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정규리그 17골·6도움으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한 것처럼 주민규는 김태완 감독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로써 상주는 오랫동안 기억될 큰 역사를 만들었다. 2013년 승강제가 본격 시행된 이래 클래식 팀이 잔류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부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채 강등의 아픔을 맛봤지만 상무는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었다.
26일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2017’ 상주 상무와 부산 아이파크의 승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부산 김문환이 상주 수비수와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상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2일 구덕에서의 원정 1차전을 1-0으로 승리한 상주는 여유로운 입장이었으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16분 만에 실점하면서 금세 원점이 됐다. 최대한 버텨내며 기회를 엿보자는 전략은 너무나 빨리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부산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다. 쟁쟁한 멤버들로 구성된 상주를 너무 의식하면서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상주가 쫓길 때 카운트어택을 시도할 만도 하지만 부산은 라인을 적극적으로 올리지 못했다. 결국 부산은 기회를 놓쳤고 사상 첫 승강PO 사냥에 실패한 챌린지 팀이 됐다.
사실 상주는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 보였다. 전역자들이 대거 발생한데다 부상이 겹쳐 22명으로 승강PO에 나섰다. 1차전 전반에만 2명을 교체했고, 그 중 1명은 끝까지 후반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김 감독도 “회복에 집중했다. 피로누적은 고민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컨디션 저하가 우려된 3총사(유준수∼신진호∼김태환) 가운데 유준수만 교체했다. 이날 상주는 교체카드를 1장만 썼다. 그러고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점유율 48대52(%)로 잘 싸웠다. “진짜 마지막 경기, 서로가 합심해 좋은 결실을 맺길 희망한다”던 상주 벤치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다.
상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