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 결산②] 우리가 사랑했던 씬스틸러, 김원해·진경·박병은 外

입력 2017-12-27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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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개월간 만난 베테랑 중에는 작품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씬스틸러들도 있었습니다. 조·주연 배우 못지않게 드라마, 영화에 빛을 주는 이들은 시청자들과 관객들에게 때로는 기막힌 반전과 충격을, 때로는 예상치 못한 감동과 눈물을 선사하는 연기력을 펼치셨죠. 우리는 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만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니 만나야 했습니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 하하, 배우 김기천입니다!

“배우는 관객이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대신 경험해서 감동을 주는 직업이잖아요. 진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영혼이 맑고 깨끗해야 하는데 도시에 있다 보면 스스로 관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주변의 유혹도 많고요. 벗어나고 싶었어요. 곡성에 있다 보면 외로움을 많이 느껴요. 사색도 많아지는데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하죠. 반성도 많이 해요. ‘섭외가 왜 이렇게 안 올까’ ‘내 연기에 한계가 온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내 캐릭터에 싫증을 내는 것은 아닐까’ 싶죠. 그러다가 또 밤에 장작불을 뗄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을 안 하게 되고요.”



TV에서 많이 봤나요? 배우 최용민입니다.

“무대 연기는 뭐랄까, 하나의 집을 만드는 기분인 것 같아요. 땅을 준비하고 공사를 하고 물건을 옮겨놓는 것까지 다 함께 하니까요. 또 거기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관객들과 반응을 주고 받을 때면 조금 흥미진진하고 쫄깃쫄깃한 기분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보람이 있어요. 사골 육수 우려내는 게 이런 기분인가? 오래 걸려도 진하게 국물이 나오면 좋잖아요.(웃음)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연극 무대는 꼭 해보라고, 몰랐던 것을 많이 깨닫게 될 거라고 가끔 추천을 해주고 있어요.”


이젠 익숙하시죠? 존재감 ‘뿜뿜’ 김원해


“배우로서 지금의 세상에 대한 일종의 채무 의식이 있어요.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빚은 10년 동안 연극 ‘짬뽕’을 하면서 조금씩 갚아지는 것 같은데 새로운 빚이 생겼어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빚이요. 그 나이대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형으로서 마음이 무거워서 이 빚도 갚고 싶은데 방법이 없네요. 배우는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자기 의지로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누군가 극본을 써주지 않으면 그걸 표현할 수 없으니까요. 그럴 때는 ‘내가 예술 한답시고 위선의 탈을 쓰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그래도 결국은 신념으로 배우를 하는 수밖에 없어요. 뛰어들면 죽을 걸 알면서도 결국엔 뛰어들고 마는 불나방 처럼요.”



‘씬스틸러 MUST LIST’ 친근함의 절정 배우 정은표

“돈의 맛을 알게 된 후에는 아무래도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요. 가장으로서 지켜야 할 게 많아지고 초조해졌죠. 정말 연기가 좋아서 연기할 때가 있었는데…. 스스로 혼란스러울 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지’하며 다짐해요. [정은표가 바라던 꿈]을 향해 달려가야죠. 요즘은 조건보다 같이 작품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요. 무엇보다 나를 쓰고자 하는 사람이 간절하게 원할 때가 제일 좋더라고요. 조건을 떠나서 행복하게 임하게 되고요. 지금은 제 마음이 가는 대로, 순리대로 가려고요. 누군가가 나를 부를 때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악역 연기 No.1 …리얼함의 대가 배우 김병옥

“사실 제가 어떤 목표를 정한다고 해도 세상은 내 생각과 무관하잖아요. 생각대로 되지 않죠. 내일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현실은 달라요. 다만,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연기할 거예요.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광대의 길인 것 같아요. 가진 것은 없지만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춤을 추라’면 추고 ‘칼을 휘두르라’면 휘두르는 게 제 길이 아닌가 싶어요. 점잖고 예의 바르게 나의 길을 가야죠.”



걸크러쉬 배우의 원조…매력 만점 배우 진경

“일이 도피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배우에게 연기는 생계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도 있는 것이니까요. 대신 그 가치를 너무 과대 포장하지 않은 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삶의 본질, 인간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대체할 수 없는 카리스마…배우 김명수

“저라는 사람은 연기 외에는 아무런 재주가 없어요. 부업의 욕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할 줄 아는 것이 연기뿐이었으니 오로지 거기에만 집중하는데 시간을 쏟았죠.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다른 분야에 눈독을 들였다면 촬영이 끝나고 선후배들과 인사를 나누는 기쁨. 그리고 조금씩 인정을 받으며 제 영역을 확장시켜가는 기쁨은 몰랐을 테니까 말이죠.”



연기만 씬스틸러? 예능도 접수하는 ’빨판’배우 이준혁

“인지도와 인기를 얻었다고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요. 인기에 에너지 쏟지 않고 그 힘으로 제 일에 정진하는 게 낫죠. 게다가 제가 아이돌만큼 인기 있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은 끊임없이 쉬지 않고 연기하고 싶어요. 쉬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순리대로 주어진 일에 감사해하면서 열심히 일해야죠.”



제2의 마블리의 탄생? 살벌하고 귀여운 배우 박병은

“배우로 가장 짜릿함을 느끼는 순간은 관객들의 공감이에요. ‘마상구’ 캐릭터만 봐도 이 연기에 진실 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을 시청자들이 알아봐주면 그것만큼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가 될 때가 없어요. 제가 다른 댓글을 안 보지만 드라마 토막영상에 있는 댓글을 다 읽어요. 제 연기를 다시 보며 놓친 게 있었나 보는 것도 있지만 그 영상을 보고 제 캐릭터에 공감을 해주시면 마음이 막 짠해지고 포근해져요. 배우는 보는 이들의 박수를 받는 것만큼 큰 영광은 없어요. 그게 ‘인기’보다 더 짜릿해요.”



고위직 임원, 회장님 전문? 진지함부터 깨알웃음까지 담당!…배우 이병준

“연기에는 재능과 노력 둘 다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걸 고르라면 전 노력을 고르고 싶어요, 배우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어떤 배역도 할 수 없어요. 예를 들면 애드리브 하나를 하더라도 연기자가 대본 숙지를 완벽하게 해놓지 않으면 불가능한 거에요. 그래서 전 늘 대본 하나만큼은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죠.남들은 열 번 정도만 하면 될 것을 저는 백 번 정도 봐야 해요. 그렇게 대본을 숙지하는 과정을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 하죠. 이런 작업을 하다보면 어느새 한 두시간이 훌쩍 가버리곤 해요. 촬영장에 가서 배우들과 스태프들과 일상적 대화를 나누면서도 속에서는 대본을 떠올리려고 해요. 안 그러면 정작 제 차례가 왔을 때 연기가 힘들어지니까요.”



한 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보면 잊을 수 없는 배우, 김인우

“악인 역할이라 나쁜 이미지 걱정 안 하냐고요? 역사적 배경으로 생각하면 힘들지 않아요. 역사의 진실을 알리려고 하니까요. 저와 일본 배우의 차이라면 ‘한(恨)’인 것 같아요. 일본인에게는 그 한이 없거든요. 근데 전 있죠. 작품을 통해서 표현하는 게 저의 사명이 아닐까 싶어요. ‘집으로’란 영화가 절망에 빠진 절 구해준 영화거든요. 그 영화가 절 살려줬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사람을 도우면서 살 수가 있으니까 저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목표는 없어요. 그냥 앞으로는 절 위한 연기보단 남을 위한 연기를 할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곽현수·정희연 기자
사진|국경원·방지영 기자·제공 스토리피, 한아름컴퍼니,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편집·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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