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광배 현 한국체대 교수는 지금의 윤성빈을 발굴한 인물이다. 2012년 신림고에 재학 중이던 윤성빈의 운동신경을 눈여겨본 뒤 그를 스켈레톤의 세계로 안내했고, 월드클래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강 교수는 지금도 한국체대 봅슬레이스켈레톤부 감독을 맡아 신진세력을 육성하고 있다. 동아일보DB
● “썰매 타고 싶은 사람 어디 없나”
현재 한국체대 교수 겸 썰매 종목 감독으로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는 강 부회장은 한국 썰매의 선구자다. 1998나가노동계올림픽에 루지국가대표로 출전해 한국 썰매를 세계에 알렸고, 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선 스켈레톤을 탔다. 2006토리노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해 김동현(30·강원도청)과 짝을 이뤄 2인승봅슬레이를 탔다. 당시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종목을 바꿔가며 세 종목에 올림픽 대표로 나선 ‘썰매 개척자’는 단순히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았다. 단지 썰매 종목에 몸담고 있다는 자체가 행복했다. 2008~2009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아메리카컵 2차대회 4인승봅슬레이에선 500달러를 지불하고 빌린 썰매를 타고 동메달을 따낸 것은 그의 썰매 사랑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강 부회장이 토리노올림픽에 출전한 2006년 당시 한국 썰매 인프라는 열악했다. 특기생을 뽑을 때 지원자가 넘치는 인기종목과 차이가 컸다. 강 교수가 달고 살았던 말이 “봅슬레이나 스켈레톤 하고 싶은 사람 있느냐”였을 정도다. 2004년 한국 썰매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에도 늘 그랬다. 강 부회장이 토리노올림픽과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모두 선수 겸 감독으로 나선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오랫동안 강 부회장과 함께한 이세중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선수와 코치, 감독은 물론 마케팅, 광고까지 (강 부회장) 혼자 다 하셨을 정도다. 회사(서울연맹)를 설립했으니 ‘내가 무조건 해내겠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굉장히 강하셨다”고 돌아봤다.

남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강광배가 없었다면 윤성빈도 없었다
선수를 수급하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웠다. 종목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보니 운동신경이 뛰어난 젊은 피를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강 감독의 눈에 들어온 이가 2012년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윤성빈이다. 그해 서울체고에서 열린 테스트에서 윤성빈의 달리기 기록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눈여겨봤고, 주저 없이 한국체대 봅슬레이스켈레톤팀으로 데려가 기존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주말에는 자신의 집으로 윤성빈을 데려가 숙식을 함께했다. 스스로 점찍은 선수를 책임지고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 덕분에 윤성빈은 강 부회장을 만난 지 3개월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신림고 졸업 후에도 강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한국체대에 입학해 고속성장을 이어갔다. “(윤성빈이) 한국체대에 입학한 뒤 스켈레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됐다.” 이 위원의 회상이다.
선수 수급을 걱정하던 한국 썰매의 저변이 확대한 것도 강 부회장의 업적이다. 이제는 윤성빈의 뒤를 이을 유망주의 기량 향상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바람은 한국이 꾸준한 썰매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인데, 그 중에서도 스켈레톤이 주력 종목이다. 이 위원은 “한국 스켈레톤의 미래는 밝다. 한국체대에 신입생 두 명이 들어오는데, 스타트가 굉장히 좋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