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3년차인 삼성 내야수 김성훈은 올해 1군에서 찬란한 두 번째 시즌을 꿈꾸고 있다. 풀타임으로는 첫 시즌이다. 그러려면 눈앞의 주전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될 수 있게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스포츠동아DB
2016년에 사자군단에 합류한 그는 최근 보기 드문 대졸자원이다. 6라운드 전체 51순위로 신인지명을 받아 입단 당시 스포트라이트 같은 것은 전혀 받지 못 했다. 최저 연봉 2700만원을 받고 1군 도전을 꿈꾸는 여러 신인 중 한명일 뿐이었다.
묵묵히 경산과 대구를 오가며 미래를 꿈꾸던 그에게 지난해 7월, 믿기지 않는 소식이 전해졌다. 28일 고척 넥센전을 통해 대수비로 1군 무대를 밟았고, 첫 선발 출장한 30일에는 3안타까지 몰아치며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쳤다. 당시 김한수 감독은 “저 선수 한 번 지켜봐라. 정말 근성 있고 좋은 선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성훈은 김 감독의 말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그 이후 단 한번도 경산에 내려가지 않았다. 악착같은 플레이로 눈도장을 찍으며 시즌종료까지 1군 엔트리에 머물렀다. 1군 성적은 47경기 출전에 타율 0.318, 48안타 18타점 4도루.
풀 시즌을 치르지는 못 했지만 절반의 1군 경험은 그에게 너무나도 소중했다. 그렇기에 더욱이 2018년을 게을리 준비할 수 없었다. 그는 연초부터 개인훈련을 열을 올리고 있다. 경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일찌감치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김성훈은 7일, “지난해 보다 조금 빨리 몸을 만들고 있다. 개막이 빠르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조급해 지지 않기 위해 아예 일찍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난해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덧붙였다.
삼성 김성훈. 스포츠동아DB
겨울 개인훈련은 언제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칫 나태해 질 수도 있지만 김성훈에게는 이를 극복할 특별한 동기부여가 있었다. 바로 ‘1군 맛’이다. 그는 “많이 뛰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얻은 1군 경험이 내게는 매우 소중하다. 뛰어난 형들과 함께 뛰면서 많은 걸 배웠고, 또 너무 즐겁게 야구를 했다. 자연스럽게 올해에도 계속 1군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일종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물론 김성훈이 1군 잔류를 위해 가야 할 길은 만만치 않다. 삼성은 김상수, 손주인, 강한울, 이원석 등 올해 내야경쟁이 지난해보다 훨씬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성훈은 “당장 주전 욕심을 낼 생각은 없다. 워낙 기량 좋은 형들이 많지 않나. 나는 아직도 배울 게 많다. 하루하루 배우고, 좋은 점들이 쌓이다 보면 주전경쟁은 자연스럽게 마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훈이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는 자리는 유격수와 2루수다. 주장 김상수와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아직도 도움을 많이 받는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성훈은 “(김)상수 형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마무리 캠프 때도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조언을 구했다. 나는 아직은 배우는 입장이니 올해 (김)상수 형의 플레이를 보고 많이 배우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1군 잔류 목표에 대해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는 게 최종 목표다. 되도록이면 오래 1군에 있고 싶다. 개인기록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수비실책만은 최소화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겸손한 모습에 대해 묻자 그는 “진심이다. 부모님께서 지난해 1군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너무 대견해 하시더라. 지금은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게 중요하다. 또 1군에서 팀에 보탬만 될 수 있어도 성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거듭 자신의 생각을 강조했다.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주시는 게 아직도 신기하기만 하다. 늘 감사하다.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될 수 있게 항상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