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파크 인근 스키, 보드 장비 대여업체는 대회 중 리조트의 영업 중지에 따라 한 철 장사를 망쳤다.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한데 대한 절박한 마음이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에 담겨 있다. 평창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반면 스키와 보드 장비 대여업체는 겨울 한 철 번 돈으로 일년을 산다. 22개의 스키 슬로프가 있는 휘닉스파크는 국내 최고의 설질로 이름이 높다. 일본의 모리 건설이 설계한 슬로프는 태기산의 능선을 잘 살려내 스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지난해까지 70개 대여 업체가 겨울이면 늦은 밤까지 문을 열고 영업을 했다.
12일 찾은 휘닉스파크 정문 앞 거리는 축제 분위기였다. 휘닉스파크는 휘닉스 스노 경기장이라는 이름으로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종목과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음식점에는 밤늦도록 각 나라에서 모인 관광객이 넘친다.
그러나 스키대여업체는 모두 문을 닫았다. 70개였던 렌탈샵은 20여개로 줄어들었다. 한 업체 직원은 “평소 같으면 보드에 열심히 왁싱을 할 때인데…. 가게도 나도 파산직전이다”고 한 숨을 쉬었다.
휘닉스파크가 스노보드 등의 종목을 유치하면서 스키장과 리조트 전체는 1월 22일부터 2월 26일까지 일반 영업이 완전히 중지됐다. 1월 22일 이전에도 22개 슬로프 중 약 30%만 운영됐고 경기장 공사가 계속되면서 대여업체 중 절반 이상이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다.
스노보드와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경기가 열리는 휘닉스파크 인근 스키, 보드 장비 대여업체는 대회 중 리조트의 영업 중지에 따라 한 철 장사를 망쳤다.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한데 대한 절박한 마음이 곳곳에 걸려있는 현수막에 담겨 있다. 평창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대여업체 월드스키 임종천 사장은 “우리는 겨울 스키 시즌에 한 해 수입을 벌어서 산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20% 이하로 줄어들었다. 절박한 상황이다. 더 답답한 것은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휘닉스파크는 올림픽을 위한 영업중지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사용료를 받았다. 올림픽 관광객들이 찾는 인근 펜션과 식당은 시설개선비 지원을 받았다. 역시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용평리조트는 알파인 스키 대회전 한 종목만 치러 스키장과 객실 모두 정상영업중이다. 알펜시아와 정선 경기장은 올림픽을 위해 건설된 곳이다. 성대한 국가적인 잔치 속 봉평면 장비 대여업자들만 막막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의 억장이 더 무너지는 것은 “올림픽 덕분에 보상도 받고 일도 안 해서 좋지 않느냐”는 잘못된 소문이다.
임종천 사장은 “보상은 1원도 없었다. 우리도 올림픽 개최에 박수치며 기뻐했다. 지역출신 선수들이 많이 출전했다. 열심히 응원하고 싶다. 하지만 1년 수입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는 2017년 7월 공청회를 열고 스키, 스노보드 장비 대여업자들에게 1월 22일부터 휘닉스파크의 전 슬로프 영업 중단을 알렸다. 이후 대여업자들은 조직위, 강원도청 그리고 청와대까지 찾아가 막막한 생계를 하소연했다. 개막 이후에는 휘닉스파크 앞에서 호소문을 돌리고 있다. 문 닫은 가게는 절박한 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걸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최근 이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성백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대변인은 “휘닉스파크 인근 렌탈 업체들의 문제는 IOC의 공식의제 중 하나다. 해외언론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당 업체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보상 문제는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 조직위 예산을 마음대로 집행하면 배임이 된다”며 “대여업체들은 휘닉스파크 외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보상을 한다면 그 적용 범위, 손실액 계산 등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동안 실무자들이 여러 차례 면담을 진행했지만 조직위차원에서는 법률적인 보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평창 | 이경호·장은상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