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10대들의 반란…비결은 ‘배짱’

입력 2018-02-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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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 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클로이 김·제라드 금메달에 미국 흥분
겁 없이 모험에 가까운 묘기 높은 점수
日 13세 무라세 코코모 세계 최고 기량

클로이 김(18)이 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이파이프에서 정상에 오르자 미국 언론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급이 다른 기량으로 우승한 천재소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조명하고 있다. SNS에서도 난리가 났다. 30분 만에 트위터 팔로워가 6만 명 이상 증가하는 등 평창 최고의 인기스타로 등극했다.

스노보드 남자 슬로프스타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레드먼드 제라드는 클로이 김과 동갑이다. 클로이 김이 2000년 4월23일생이고, 제라드는 2000년 6월29일생이다. 둘은 역대 스노보드 남녀 최연소 우승자다.

그야말로 ‘10대들의 반란’이다. 처음 마주하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을 제치고 시상대 맨 위에 선 그들의 천재성이 부각된다. 한편으로는 스노보드에서 어린 선수가 더 잘 타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BBC의 인터넷판에 이와 관련한 기사가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스키 전문가 에드 리는 “(스포츠 경기에서) 확실히 경험이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많은 선수는 어린 선수보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겁 없이 스노보드를 타는 어린 선수들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다.

레드먼드 제라드.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스노보드에서는 특히 모험에 가깝게 경기를 해야 높은 점수를 얻는다. 결국 부상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경험 많은 선수보다 그걸 개의치 않고 도전하는 어린 선수들이 점수에서 유리하다는 의미다.

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몇몇 선수의 나이는 13세 정도다. 이들은 환경만 갖춰진다면 놀라운 기록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리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의 13세 소녀 무라세 코코모가 세계 최고의 스노보더다. 하지만 “나이가 문제다. 나이가 너무 어려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없다”고 했다. 기량만 놓고 보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규정상 15세 미만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클로이 김도 2014년 소치대회에 나이 때문에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그는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크게 주목을 받았다. 제라드도 10세 때 이미 성인 수준의 기술을 펼쳐 보였다.

리는 올림픽의 나이 제한을 자동차 경주에 비유했다. “연습용 카트를 잘 탄다고 13세 어린이를 포뮬러원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힐 수는 없다. 깃털처럼 가벼운 어린 선수가 강한 바람에 날려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안전과 경험을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여자 슬로프스타일의 결승전을 예로 들었다. 금메달은 28세의 제이미 앤더슨(미국)이 차지했다. 경험 많은 앤더슨에 비해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어린 선수들은 바람이라는 변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결국 어린 선수의 재능과 함께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즉 성숙된 판단력이 균형을 이뤄야만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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