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광현이 전성기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소속팀은 물론 한국야구에도 소중한 보물이 건강하게 돌아왔다.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 선발등판한 김광현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광현(30)의 건강한 복귀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상징되는 한국야구의 황금기를 연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묵직한 이름값으로나, 화려한 이력으로나 그의 복귀는 KBO리그의 흥행에 분명 호재다. SK를 우승 후보로까지 격상시키는 존재감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올 시즌 내내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으로 화제를 모을 인물이 김광현이다.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 533일만의 복귀전…변함없는 위력
김광현은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이대호와 국가대표급 외야수 3총사가 버틴 롯데. 최고구속 152㎞의 강력한 직구를 앞세운 김광현은 5이닝을 3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이 5-0으로 이겨 시즌 첫 등판에서 가볍게 승리투수도 됐다. 수술 전인 2016년 10월 8일 인천 삼성전 이후 정확히 533일만의 복귀전이었음에도 ‘수술 받은 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온힘을 끌어 모아 던지는 듯한 김광현의 역동적 투구에 롯데 타자들은 허둥거렸다.
사실 시범경기 때부터 이미 기대감을 낳았다. 체감온도가 섭씨 5도 안팎에 불과했던 20일 kt전(3이닝 3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은 시즌 개막에 앞선 마지막 점검무대였다. 이날도 직구 최고구속은 148㎞에 이르렀다. 3회초 심우준에게 좌월2점홈런을 내준 것이 옥에 티(실투가 아닌 몸쪽으로 잘 붙인 볼이었다)였을 뿐, 전매특허인 슬라이더를 비롯한 3가지 변화구까지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여러 국제대회에서 그가 ‘일본 킬러’로 부상할 수 있었던 슬라이더만 전성기 같은 위력을 되찾는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김광현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 더 오랜 인내가 필요한 김광현과 SK
25일 시즌 첫 등판에서 눈길이 쏠린 대목 중 하나는 투구수였다. 총 78개로 이닝당 15.6개에 그쳤다. 올 한해 김광현은 제한적으로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토미존 서저리로 알려진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을 받고 돌아온 첫 시즌이라 SK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110이닝 이내 투구’의 틀 속에서 철저히 그를 보호하기로 했다.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팀의 기둥투수에게 적절한 조치다. 그를 위해 몇 가지 세밀한 점검기준도 마련했다. 한마디로 ‘애지중지’다.
SK의 이 같은 방침은 시즌 막판까지 지속되어야 한다. 벌써부터 다른 팀들에선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순위경쟁이 치열해지면 김광현 본인은 물론 팀도 욕심을 부려 무리한 등판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고 본다. 혹독한 인내가 필요한 재활과정을 무사히 마친 김광현과 이를 묵묵히 지원한 SK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몸’이 될 때까지 모두가 다시 한 번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SK 김광현. 스포츠동아DB
● 김광현의 성공적 복귀를 바라는 또 하나의 이유
김광현은 앞으로도 ‘한국야구의 보배’여야 한다. 올해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은 차치하더라도 2년 뒤 도쿄올림픽은 한국야구의 명예회복 여부가 걸린 무대다. 모든 구성원의 땀과 노력이 결집되어야만 지난 2차례의 WBC(2013·2017년)에서 당한 수모를 씻을 수 있다. 건강해진 김광현은 12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다시 한 번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그의 성공적 재기를 염원하는 여러 이유들 중 하나다.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왼 다리로 굳세게 마운드를 밟고, 오른 다리를 힘차게 뻗고는 포수 미트를 향해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던 김광현의 모습을. 마치 한 마리 학처럼 우아하기까지 한 그 동작은 감탄사마저 불러일으켰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했다. 이제 막 재기를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딘 김광현이 무탈하게 시즌을 마친 뒤 활짝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재우 전문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