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령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가수에서 매니저로 변신해 어려움도 겪었지만, 현재는 방송·예능계에서 손꼽히는 파워맨이 됐다. 방송 트렌드를 읽는 눈과 틈새시장을 파고든 결과다. 음반제작사와 예능제작사, 드라마제작사를 두루 거치며 얻은 노하우로 이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가수 하다 망해 매니저 하나’ 시선도
방송 따오며 보람…천직이라 느껴
아나운서·모델·셰프 등 33인 소속
대형 스타는 없지만 모두가 알짜들
차세대 간판? 예능 꿈나무 김일중
이상민, 이지애, 김새롬 등이 소속된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디모스트·D-Most)는 현재 방송가 사람들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연예기획사다. 강호동·신동엽 소속사 SM C&C, 유재석·정형돈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업계 대형 상장사들이 방송가에서 힘을 발휘하지만, 디모스트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이들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 대형스타는 없지만, 인지도 높고 친근한 이미지의 ‘실속형’ 방송인들이 매체와 미디어, 채널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하는 덕분이다. 디모스트에 소속된 방송인은 모두 33인. 아나운서, 성우, 개그맨, 연기자, 가수, 쇼호스트, 스타일리스트, 모델, 셰프, 댄스스포츠까지 다양한 ‘본업’을 가졌으며, 연예계를 넘어 비연예계까지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어떤 포맷, 어떤 콘셉트의 방송프로그램이 기획되더라도, 누구든 투입시킬 수 있는 인적 구성이다. 디모스트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이 탄생해 가능성과 잠재력도 인정받고 있다. 금융권 차입금도 없어 대기업들이 투자를 제안하거나, 인수하려는 시도도 많다. 2017년 1월 디모스트를 설립해 불과 1년 만에 방송예능계 ‘신흥강자’로 성장시킨 이는 김다령 대표(43)다. 그는 “미디어와 플랫폼, 콘텐츠의 융·복합이 활발해지면서 방송인, 예능인들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면서 “순발력과 감각이 있다면 비연예인들도 얼마든지 방송에서 활약할 수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 틈새공략으로 급성장
디모스트에 소속된 방송인들의 출신지는 다양하다. 이상민 지숙은 가수, 안지환 서유리는 성우, 김효진 김승혜는 개그우먼, 김새롬 김지향은 모델 출신이다. 이지애 김일중 김정근 최희 김경화 황보미 구새봄 등은 예능을 넘어 스포츠채널, 각종 행사의 진행을 맡는 아나운서 출신들이다. 안내상 우현 최정원(UN) 김광식 신이 이인혜 한소은 등 배우들도 포진해 있고, 댄스스포츠 박지우, 셰프 서현명, 작곡가 김건우,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쇼호스트 나수진도 디모스트 가족이다.
“모두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실속형’ 방송인이자 예능인, MC들이다. 이들의 활동무대가 방송사에 국한된 게 아니라 홈쇼핑, 외부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를 커버할 수 있다. 어떤 포맷, 어떤 콘셉트의 방송이든 출연시킬 준비가 돼있다.”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김다령 대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대형 스타가 없는데도 주목받는 기획사가 됐다.
“대형 스타는 없지만 모두 ‘알짜’들이다. 이들 활동량이나 몸값이 격차가 별로 없다. 모두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있고, 모든 연예인들이 뛰고 있다. 그만큼 리스크도 적고, 수익 구조가 다변화돼 있다. 매출 면이나 미래시장을 내다봐도 경쟁력 있다.”
-처음부터 인적 자원을 그렇게 설계한 것인가.
“그렇다. 특정 스타에 의존도가 높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 허리가 강하면 탄탄하게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사람들을 모으자 생각했다.”
-비연예인들도 많은데.
“쇼호스트 나수진,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스포츠댄스 박지우, 셰프 서한명, 칼럼니스트 곽정은 등이다. 가능성 있고, 활약이 기대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자 한다. 연예인과 비 연예인의 경계가 없어졌다. 누가 어떤 상황으로 방송에서 뜰지 모른다.”
-소속 배우들도 모두 주조연급이다.
“안내상 우현 김광식 이인혜 등은 예능활동도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다. 예능을 해도 경쟁력이 있는데 기회가 잘 마련되지 못했다. 디모스트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다양한 활동을 벌이게 하겠다.”
-아나운서 출신들이 주축인데.
“아나운서는 얼굴이 알려져 있고 진행능력 이미 검증된 사람들이다. 불러주는 곳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아나운서를 영입해 회사를 시작했다.”
방송인 이상민. 사진제공|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이상민이 디모스트에서 크게 성장했다.
“7년째 함께하고 있다. 가능성이 분명 있는데 ‘터지지’ 않더라. 그의 과거일로 방송활동에 제약이 많았는데 언젠가 될 거라 믿었다. 그러다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면서 그의 재능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현재 방송출연만 11개, 광고계약도 1년 사이 대략 20건이다. 채무도 연내 청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상민이 성공하리라 확신하게 된 배경은.
“진정성 있는 사람이라 분명히 될 줄 알았다. 채무 정리가 유일한 목표였고, 취미생활도 없고, 해외여행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이제 잘 나가는 방송인이지만, 그 생활에는 변함이 없다.”
디모스트는 예능을 넘어 드라마, 음반 제작도 준비중이다. 이미 회사를 예능사업부, 드라마사업부, 음반사업부 등 3가지 사업 분야로 조직을 구성했다. 음반기획사 플레디스, 예능제작사 코엔, 드라마제작사 초록뱀을 거치면서 얻은 노하우를 집약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예능 트렌드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의식주에 관한 예능은 꾸준하다. 의식주,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관련한 아이템이 다양하게 변주될 것이다. 트렌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어디서 대박이 날지 모르니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영입하게 된다.”
-요즘 영입대상으로 주의 깊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SNS상에서 인기 많은 사람들이다. 패션·뷰티·건강에 관련된 유명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가 주목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상민을 잇는 차세대 디모스트 간판은 누구인가.
“김일중이다. 예능감각이 좋고 말솜씨와 진행능력이 뛰어나다. 요즘 가수 쇼케이스를 가장 많이 한다.”
-지숙의 활약도 요즘 눈여겨볼 만한데.
“전현무와 김구라의 권유로 지숙을 만났다. 지숙이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말에 끌렸다. 그는 다양한 재주가 있다. 파워블로거에다 게임광이고, 자동차에 관심도 많다. 가수 출신이고, MC도 가능하다. 디모스트의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친구다.”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김다령 대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맨발에서 벤츠까지
김다령 대표의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수영선수를 하다 19살에 가수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매니저로 변신, 올해로 연예계 생활 25년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교 2학년까지 11년간 수영을 하던 김 대표는 춤에 빠져 가수가 되기로 했다. 지인의 소개로 오디션을 통해 ‘잉크’라는 그룹에 들어갔다. 소방차 이상원과 만복이가 있던 팀이다. 2년간 활동하다 해체 후 주영훈이 프로듀싱한 남성 4인조 GQ에서 2년간 2장의 음반을 냈다. 그리고 팀이 해체되면서 주영훈의 권유로 매니저가 됐다.
“가수는 아르바이트 같다는 느낌이었다. 성공하지 못했으니까. 스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매니저를 시작했다.”
-가수에서 매니저로 적응하기가 꽤 힘들었겠다.
“처음엔 죽고 싶었다. ‘망해서 저러나’ 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다. 3년쯤 지나서부터 천직이라 느꼈다. 내 힘으로 방송출연을 따오기 시작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
주영훈 매니저를 7년간 하다가 2003년 현영을 발굴해 자신의 손으로 키웠다. 이때부터 그에게 꽃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현재 세븐틴, 프리스틴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 설립(2006)에 참여해 가수 메이비를 매니지먼트했다. 이후 예능콘텐츠제작사 코엔의 자회사인 코엔스타즈 대표로 옹달샘(유상무·장동민) 박경림 안선영 이지혜 현영 김새롬 김나영의 매니지먼트를 맡았다. 드라마 제작사로 유명한 초록뱀의 매니지먼트부문 대표를 맡아 당시 ‘야구여신’으로 불리던 최희, 공서영을 영입했다. 음반제작사, 드라마제작사, 예능제작사를 두루 경험했다.
“가수하다가 망해서 밑바닥부터 매니저로 출발, 연예기획사 대표가 된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밑바닥부터 현장을 뛰어봤다. 연예인 마인드, 매니저 마인드, 제작자 마인드 다 있다. 하하.”
김다령 대표는 2017년 1월 디모스트를 설립했다. 1년 새 사세가 급속히 확장되면서,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자고 찾아오는 방송인도 부쩍 늘었다. 투자하겠다거나 인수 의사를 내비치는 대기업도 많다.
“여러 제안이 굉장히 많다. 이제 뭔가를 해보려는데 그런 생각은 지금 하기에 시기상조다. 나의 노하우를 집약시켜서 회사를 잘 키우고 싶다. 예능제작부터 도전해볼 예정이다. 소속 연기자들이 많고,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으니 더 큰 기회도 많을 것이다.”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김다령 대표.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포부가 있다면.
“여러 분야 사람들한테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인지도 낮은 방송인도 꿈을 품고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눈길 못 받던 사람을 띄우는 게 매니저로서 가장 큰 보람이다. 궁극적으로는 내 이름으로 된 아카데미를 만들고 싶다.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길러내는 아카데미 말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