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처럼 주자(24번 선수)가 2루에 있으면 투수를 향한 포수의 사인이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 위 사진은 특정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사인 훔치기 의혹과는 무관하다. 스포츠동아DB
KBO는 LG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상벌위원회를 열고 징계를 심의하기로 했다. 정금조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장은 19일, “불공정 정보를 붙인 장소, 그리고 전체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스포츠는 공정해야 하는데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구단의 소명을 듣고 경위를 면밀하게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상벌위원회 개최 근거는 리그규정 제26조 ‘불공정 정보의 입수 및 관련 행위 금지’다. 이 중 1항은 ‘벤치내부, 베이스코치 및 주자가 타자에게 상대투수의 구종 등의 전달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LG의 정보 게시가 이 규정을 어겼는지는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KBO는 상대 사인을 공개된 장소에 게시한 행위에 대해 포괄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징계 유무와 수위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사인 훔치기가 클린 베이스볼의 정반대인 ‘더티 베이스볼’인지도 큰 시각차가 존재한다.
KBO리그 경기장에 가면 4개 팀 전력분석팀이 동시에 경기를 지켜본다. 경기를 치르는 홈, 원정 팀 그리고 다음 3연전에서 만나는 두 팀에서 파견된 팀원들이다.
한 전력분석요원은 “선수 때 전력분석팀이 이렇게 열심히 자료를 만드는 줄 알았다면 더 경청할 걸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력분석팀은 소속 감독에게 선수단 동향 클럽하우스 분위기 등 민감한 첩보도 제공한다. 타자의 성향, 배터리의 습성 등 매우 정밀한 자료도 전달된다. 직접 브리핑도 한다. LG처럼 미숙한 일처리를 하지 않았을 뿐, 포수 사인도 대부분 파악하고 경기를 한다. 주자 입장에서는 투수가 던지는 공에 따라 움직임이 전혀 달라진다. 실력을 인정받는 주루 코치들은 투수의 구종 파악 능력이 뛰어나다. 외국인투수들이 KBO리그에서 종종 크게 당황하는 것도 투구습관을 귀신처럼 찾아내는 KBO 전력분석팀의 능력 때문이다.
KBO 규정은 훔친 사인을 타자에게 전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타자가 아닌 경우 포수 사인을 볼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발생한다.
경기 중 빈볼이 나오는 상당수는 2루 주자가 특정 동작으로 타자에게 포수 사인을 알려줬다고 의심될 때다. 그러나 이 행위를 잡아내고 징계를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사인 훔치기는 야구역사와 함께 시작된 경기의 일부다. 이 행위에 관한 투수의 대응책은 위협구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티 베이스볼’로 규정하기 어렵다. KBO 상벌위원회의 고심이 깊은 이유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