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할 타자’ 두산 양의지 “FA요?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입력 2018-06-08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양의지. 스포츠동아DB

2006년 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는 한국야구의 대들보라 할 만한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코리안 빅리거’의 명맥을 잇고 있는 류현진, 야수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눈부신 성적을 남긴 강정호, 꾸준함의 대명사 차우찬 등 이름값이 걸출한 스타들이 당시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의 공통점이라면 역시 높은 지명 순위다. 이들은 모두 2차 1라운드에서 이름이 불려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높은 가능성을 보였던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서 예정된 ‘꽃길’을 밟은 것이다.


그러나 항상 꽃길에서만 꽃이 피란 법은 없다. 상대적으로 낮은 주목을 받고도 프로 무대에서 대성한 자원들은 얼마든지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그 해 전체 59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양의지(31)다.


2차지명 8라운드까지 가는 가슴 졸임 끝에 어렵게 프로 지명을 받은 그는 어느덧 KBO리그 최고의 포수 반열에 올랐다. 올 시즌이 끝나고 난 뒤에는 프리에이전트(FA)라는 일생일대의 기회까지 얻게 된다. 스포츠동아가 “FA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과거 시절을 떠올린 그에게서 올 시즌 이야기와 ‘먼 미래’에 대한 구상까지 들어봤다.


● ‘역대급 출발’ 4할 육박, “이렇게 얻어 걸리네요”


-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굳이 묻겠다. 이렇게 좋은 출발을 한 적이 있었나.


“이 정도는 없었다(웃음). 타율 0.350~0.360 정도로 시즌 초반을 맞은 적은 있었는데, 지금처럼 숫자가 높았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일단 출발은 좋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끝나지는 않은 것이니 방심하지 않으려 한다.”


- 특별히 신중한 이유가 있나.


“지난해에도 출발은 좋았다. 다만 끝이 좋지 않았다. 처음에 타율이 높고 안타를 많이 친다고 해서 들뜨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늘 언제나 똑같은 자세로 경기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 그럼에도 숫자는 4할을 오르내린다.


“전혀 신경을 안 쓴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부담도, 생각도 크지 않다. 예전에는 전광판에 나오는 기록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최근에는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고토 코치님께서 ‘숫자에 신경 쓰지 말자’는 말을 해주셨는데, 참 좋은 조언이라 생각했다. 그 생각을 지우고, 타석 하나하나에 집중하다 보니 더 좋은 기록이 나오기 시작했다.”


두산 양의지. 스포츠동아DB



● 다가오는 FA, “100억? 소문만 무성하죠”


- ‘중요한’ 시즌에 성적이 너무 좋은 것 아닌가.


“얻어 걸렸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웃음). FA로이드란 말도 들었다. 영향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FA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시즌을 준비하고 경기에 임하는 것은 매 해 똑같다. FA란 것도 결국 야구장에서 야구를 잘 해야 좋은 대우를 받는 것 아니겠나. 프로선수는 매 시즌 잘 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의 연장선상이라 봐주시면 좋겠다.”


- 가치가 ‘100억원’ 이상이란 소문도 돈다.


“선수로서는 기쁘다. 나의 가치를 그 만큼 인정해주는 것 아니겠나. 다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라는 것을 지금 말씀드리고 싶다. 나도 모르는 소문까지 무성하다더라. 아직 시즌 중이다. 지금의 나는 야구에 집중하는 게 최우선이다.”


- 혹시 신인시절에 FA라는 것을 꿈꿔본 적 있나.


“전혀 없다. 감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나는 그저 ‘1군에서만 뛰면 너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진 선수였다. 입단한 뒤 거의 바로 군 복무를 마쳤고, 실질적으로 1군에 오른 것도 늦은 편이었다. 지금의 기회는 하루하루 간절하게 하다 보니 찾아온 기회라 생각한다.”


● 내가 더 바라는 것 “40세 이후에도 야구 하고파”


- 주전 포수로 오랜 시간 뛰었다.


“어렸을 때는 ‘내가 잘 해야 1군에서 살아남지’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감독님도 나를 써주시고 점차 기회가 많아지다 보니 나도 게임을 책임지는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경기 전체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어떻게 하면 팀이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하게 됐다.”


- 소위 공격형 포수로 불리는 스타일이다. 그것도 간단한 스윙으로?


“항상 얘기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 하는 스윙이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줄곧 지금의 스윙을 했다. 결과론인 것 같다. 못 치면 대충 치는 게 되는 것이고, 잘 치면 부드러운 스윙이 된다.”


- 스윙 말고도 특별히 타격에서 신경 쓰는 게 있나.


“스윗 스팟에 맞는 포인트다. 왼발보다 조금 앞쪽에서 맞는 게 나는 가장 이상적이더라. 그 이상 넘어가면 타구 질이 안 좋다. 맞아도 멀리 안 나가는 느낌이 난다.”


- 통합 우승, 한국시리즈 MVP, 신인왕 등 정말 많은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럼에도 더 하고 싶은 게 있나.


“있다. 야구를 더 하고 싶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래 하고 싶다. 40대가 넘어서도 프로야구 선수로 남고 싶은 마음이다. 포수는 정말 몇 명이 없다. 새삼 그 선배들이 대단했다는 것을 요즘 더 크게 느낀다. 메이저리그도 보면 점점 선수들의 프로생명이 늘어나더라. 나도 최대한 오래 해보고 싶다. 꾸준한 활약과 관리로 오랜 시간 사랑받는 야구선수가 되는 게 지금의 목표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