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당 1BSV’ 역대급 뒷문난에 시달리는 ‘저질’ KBO리그

입력 2018-07-09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화 정우람-KT 김재윤(오른쪽). 스포츠동아DB

경기 종료가 임박한 9회, 패색이 짙은 팀의 뒤집기는 야구가 연출하는 가장 짜릿한 장면 중 하나다. 승자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이지만 다 잡은 승리를 놓친 패자에게는 1패 그 이상의 충격이다. 하지만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에서는 그 광경이 잦아도 너무 잦다.


● 역대 최다 블론세이브 ‘눈앞’


KBO리그는 8일까지 426경기를 치르며 전체 일정(720경기)의 약 59%를 소화했는데 벌써 118개의 블론세이브가 나왔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시즌 종료시 200개 안팎의 블론세이브가 기록된다. 지난해 세워진 역대 최다 174블론세이브를 가뿐히 넘어설 분위기다.


KBO는 2006년부터 블론세이브를 공식 집계했다. 물론 2015년부터 144경기 체제가 시작되며 누적 기록인 블론세이브의 증가는 당연했다. 하지만 경기당 블론세이브로 살펴봐도 문제는 심각하다. 2006년에는 504경기에서 84블론세이브가 나왔다. 6경기당 하나 꼴. 하지만 올해는 3.61경기당 1개의 블론세이브가 기록됐다. 1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페이스로 하루에 5경기를 치르니, 매일 하나 이상의 블론세이브가 나오는 셈이다.


LG 김지용-롯데 손승락-KIA 윤석민(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독야청청’ 한화, ‘엘롯기’는 울상


과도한 블론세이브는 특정 팀만의 고민이 아니다. 한화와 KT만 9블론세이브에 머물고 있을 뿐 나머지 8개 구단은 모두 두 자릿수 블론세이브를 돌파했다. 한화는 ‘클로저’ 정우람이 8일 인천 SK전에서 또 세이브를 챙겨 34경기 25세이브로 든든하다. 정우람의 시즌 블론세이브는 단 2개에 불과하다. 물론 KT도 김재윤이 안정감을 보이지만, 약한 팀 전력 탓에 세이브 기회 자체가 적었다. 뒷문 걱정이 없는 팀은 사실상 한화뿐이다.


‘엘롯기’는 뒷문을 활짝 열어뒀다. 롯데는 SK와 함께 15블론세이브로 불명예 기록 공동 선두다. 지난해 61경기에서 37세이브, 5블론세이브로 굳건했던 손승락이 올해 30경기에서 12세이브, 5블론세이브로 주춤한 점이 뼈아프다.


LG는 ‘셋업맨’ 김지용과 마무리 정찬헌이 나란히 5블론세이브로 손승락 등과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둘이 합쳐 10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으니 27번째 아웃카운트 전까지는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KIA는 올해 마무리투수만 네 명째다. 김세현이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초반부터 5블론세이브로 자격을 잃었다. 임창용은 현재 2군에 내려가 있고 복귀 시점마저 미정이고, 미래 자원 김윤동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선발에서 이탈한 윤석민이 뒷문을 막아주는 것이 천만다행이다.


리그 전체적으로 봤을 때 수년째 뒷문이 열렸다는 푸념만 들려올 뿐 개선책은 없다. 선발투수 육성에 구단의 사활을 거는 것은 당연하지만, 마무리투수는 그 가치에 비해 육성의 그림자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치용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구단들이 ‘투수가 없다’고 하는데, 한 번쯤은 마무리투수 육성에 대한 고민도 했으면 좋겠다. 2군에서 마무리로 뛰던 투수가 1군에 올라오면 추격조 역할로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