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월드컵] 무지개, 인큐베이터…더욱 강력해진 유럽축구

입력 2018-07-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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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년 전 세계축구팬들을 열광시킨 유럽선수권대회(유로2016). 포르투갈이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정상을 밟고 개최국 프랑스가 준우승을 차지한 이 대회는 축구의 대륙 유럽에서도 변방에 불과했던 나라들이 유독 선전을 펼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늘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그늘에 가려졌던 영국의 일원 웨일스와 북아일랜드는 각각 4강과 16강 돌풍을 일으켰고, 인구 30만명의 소국 아이슬란드 역시 8강까지 올랐다.


반면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5-1로 대파한 데 이어 개최국 브라질마저 따돌리고 3위를 차지한 네덜란드는 예선에서 탈락해 유로2016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준우승국 크로아티아도 유로2016에선 16강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렇듯 유럽의 축구지형은 시시각각 변하고, 잠시만 방심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16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러시아월드컵에선 유럽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프랑스, 크로아티아, 벨기에, 잉글랜드 등 4강이 온통 유럽 국가들로만 채워졌다. 1934년 이탈리아, 1966년 잉글랜드, 1982년 스페인, 2006년 독일대회에 이어 역대 5번째 ‘유럽 일색’의 4강 구도였다.


따지고 보면 역대 월드컵에서 유럽이 약했던 적은 없다. 남미와 함께 세계축구계를 양분해왔다. 1934·1938년 이탈리아, 1958·1962년 브라질의 연속 우승을 제외하면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유럽과 남미는 우승을 주고받았다. 월드컵 통산 우승 횟수에서도 브라질이 5회, 독일과 이탈리아가 4회씩을 기록할 정도로 유럽과 남미의 양강 체제는 확고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한 프랑스 축구대표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2006년 독일월드컵 이탈리아의 우승을 기점으로 이런 구도는 무너졌다. 2010년 남아공에선 스페인, 4년 뒤 브라질에선 독일, 올해 러시아에선 프랑스가 우승을 거머쥐었다. 4개 대회 연속 유럽이 휩쓸었다. 또 불과 12년 만에 유럽 국가들로만 4강 대진표가 완성됐다. 남미는 2002년 브라질의 우승 이후로는 2014년 아르헨티나의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유럽축구가 빠른 속도로 더 강해지고 있다. ‘뢰블레 군단’, ‘아트 사커’에 더해 ‘무지개 팀’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프랑스처럼 이제 유럽의 대다수 나라들은 순혈주의를 포기한 가운데 다인종·다민족으로 자국 리그의 클럽들은 물론 대표팀의 스쿼드를 강화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과거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세계 도처에서 최고의 재능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인프라와 시스템이 한층 강화된 유럽이 월드컵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필연적 결과에 가깝다.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던 아이슬란드의 월드컵 본선 첫 출전과 선전, ‘황금세대’ 벨기에의 대약진, 크로아티아의 첫 결승행 등은 프랑스, 독일, 잉글랜드 등을 중심으로 국가적 레벨에서 유스 시스템을 강화한 유럽축구의 ‘동반성장’ 또는 ‘상향평준화’를 상징하는 사례인지 모른다. 아이슬란드만 하더라도 잉글랜드, 독일 등 인접국의 빅리그를 젖줄로 삼아 축구수준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독일, 잉글랜드, 프랑스 등의 전통강호들이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며 신흥강호들을 낳는 유럽축구의 동반강세가 이번 월드컵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물들 중 하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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