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②] 힘 못 쓴 전통의 강호, 한 시대가 저물다!

입력 2018-07-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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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월드컵이 끝나기 무섭게 각종 해외 매체들은 쉼 없이 각자의 기준과 분석을 토대로 러시아월드컵을 빛낸 베스트11을 선정, 보도하고 있다. 물론 거의 유사하다. 보는 시선과 평가가 크게 어긋나는 경우는 드물다.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힌 ‘크로아티아 영웅’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와 ‘프랑스 신성’ 킬리안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벨기에 에이스’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의 이름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특히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전통의 강호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유럽-남미 양대 산맥으로 위상을 지킨 ‘무적함대’ 스페인과 ‘디펜딩 챔피언’ 독일, 브라질-아르헨티나가 일찍 귀국길에 올랐다. 포르투갈 역시 위상에 어울리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브라질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중에서도 한때 가장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은 스페인과 브라질의 동반 몰락은 더없이 충격적이었다. 나란히 4년 전 브라질대회에서 큰 상처를 입고 절치부심하며 러시아 여정을 준비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특히 스페인은 ‘티키타카’로 불린 리드미컬한 패스 축구로 전 세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기억이 불과 8년 전이다.


잘 막고, 잘 버티며 타이밍을 기다린 태극전사들에게 두 골이나 얻어맞고 패퇴, ‘전 대회 챔피언의 조별리그 탈락’ 징크스를 깨지 못한 독일은 안일했다. 브라질 시상대 꼭대기에 선 기억은 전차군단의 자만을 불러왔고, 간절함을 앗아갔다. 방향도 목적도 없는 방심이 가장 큰 적이라는 걸 독일은 잠시 잊었다.


많은 영웅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메날두’로 통칭되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월드컵에서 평범한 선수가 됐고, 실력 대신 과한 엄살로 빈축을 산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25·파리 생제르맹)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빗셀 고베)~다비드 실바(32·맨체스터 시티)~헤라르드 피케(31·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메수트 외질(30·아스널)~토마스 뮐러(29·바이에른 뮌헨)도 2022년 카타르대회를 기약하기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강자들의 조기 이탈은 분명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자리를 대신 채워준 팀들이 낯설게 느껴진 것도 그래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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