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로 뽑힌 ‘크로아티아 영웅’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와 ‘프랑스 신성’ 킬리안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벨기에 에이스’ 로멜루 루카쿠(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의 이름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특히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전통의 강호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유럽-남미 양대 산맥으로 위상을 지킨 ‘무적함대’ 스페인과 ‘디펜딩 챔피언’ 독일, 브라질-아르헨티나가 일찍 귀국길에 올랐다. 포르투갈 역시 위상에 어울리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브라질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중에서도 한때 가장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은 스페인과 브라질의 동반 몰락은 더없이 충격적이었다. 나란히 4년 전 브라질대회에서 큰 상처를 입고 절치부심하며 러시아 여정을 준비했기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특히 스페인은 ‘티키타카’로 불린 리드미컬한 패스 축구로 전 세계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기억이 불과 8년 전이다.
잘 막고, 잘 버티며 타이밍을 기다린 태극전사들에게 두 골이나 얻어맞고 패퇴, ‘전 대회 챔피언의 조별리그 탈락’ 징크스를 깨지 못한 독일은 안일했다. 브라질 시상대 꼭대기에 선 기억은 전차군단의 자만을 불러왔고, 간절함을 앗아갔다. 방향도 목적도 없는 방심이 가장 큰 적이라는 걸 독일은 잠시 잊었다.
많은 영웅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메날두’로 통칭되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1·FC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유벤투스)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월드컵에서 평범한 선수가 됐고, 실력 대신 과한 엄살로 빈축을 산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25·파리 생제르맹)의 위상이 크게 추락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4·빗셀 고베)~다비드 실바(32·맨체스터 시티)~헤라르드 피케(31·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 메수트 외질(30·아스널)~토마스 뮐러(29·바이에른 뮌헨)도 2022년 카타르대회를 기약하기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강자들의 조기 이탈은 분명 짙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자리를 대신 채워준 팀들이 낯설게 느껴진 것도 그래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