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왼쪽)-연기자 박서준. 사진|티캐스트·스포츠동아DB
며칠 전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어느 가족’ 개봉에 맞춰 내한해 취재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워낙 인기가 많은 감독인데다 마침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까지 받은 터였다. 걸출한 작품을 탄생시킨 그를 향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컸다.
그만큼 시선이 집중된 자리. 하지만 주최 측은 간담회 전 ‘작품과 관련한 질문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당부를 듣는 순간, 대체 감독이 꺼리는 질문이 뭘까. 궁금증이 더 일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는데도 평소 감독을 지지하지 않는 일본 아베 총리가 축하 전화도 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몇 차례 전해진 뒤였다. 이후 일본 내 감독과 작품을 향한 정치권의 반응이 차츰 알려지기도 했다.
같은 시기 진행된 연기자 박서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부탁이 나왔다. 박민영과 열애 사실이 보도된 이후 진행된 인터뷰인 탓에 궁금증이 증폭되던 때였다. 라운드테이블로 진행된 인터뷰에 처음 나서면서 박서준은 소속사 관계자의 입을 빌려 ‘되도록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한 차례 전했다.
드러나지 않은 사실도, 숨겨야 할 진실을 향한 궁금증도 아니다. 작품을 만든 감독, 자신을 둘러싼 대중의 관심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마저 차단하려는 움직임으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물론 그런 부탁을 해온다고 해서 묻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도, 박서준도 결국 질문을 받았다. 두 사람에게만 그런 게 아니다. 묻지 말라고 하는 내용은 대부분은 모두가 궁금해 하는 사안일 때가 많다.
누군가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답하지 않을 권리’도 있지 않느냐고. 적어도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에겐 ‘답할 의무’가 먼저 아닐까.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