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주환-허경민-박건우(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그러나 대표팀 선발 과정상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선수들의 군복무시기를 얼마나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팀 성적은 달라진다. 유망주들의 입대시기를 한 번 놓치면 갑자기 핵심전력에 공백이 생기고 또 다시 젊은 선수의 군복무를 뒤로 미루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2010년대 초 한화 이글스가 이 같은 수렁에 빠졌었다.
KBO리그에는 ‘감독이 자주 바뀌는 팀은 입대시기를 놓치는 선수가 많이 나온다’는 말이있다.
새 감독이 취임하면 암묵적으로 중요 자원의 입대를 미루고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관행이 최근까지도 남아있었다. 감독 뿐 아니라 야구 전문가가 아닌 모기업출신 대표, 단장의 인사발령도 장기적인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200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오지환 역시 LG의 혼란기를 관통했다. 2년차부터 1군에서 풀타임으로 출전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 케이스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입대는 계속 미뤄졌다. 2916년 팔뚝 문신으로 경찰 야구단에 불합격했고, 지난해 AG 선발을 목표로 현역입대를 다시 미뤘다. 당시부터 비난이 시작됐다.
● ‘병역 리스크‘ 대신 ’군 테크’의 두산
그러나 KBO리그에 병역 리스크 대신 군복무를 오히려 ‘군 테크’로 활용하고 있는 구단도 있다. 두산 베어스는 선수의 병역관리에 있어서 독보적인 능력으로 부러움을 산다.
2017년 2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두산 김태형 감독은 만 21세 신인 내야수 김민혁을 보면서 “우리 팀 미래의 4번타자다. 빨리 군대 다녀오고 몇 해 성장을 하면 뛰어난 타격을 보여줄 것이다”고 칭찬했다. 김태룡 단장도 다른 자리에서 같은 말을 했다. “김민혁은 ‘두산 베어스 미래 4번’이다. 곧 군복무를 마칠 계획이다.” 실제로 김민혁은 지난해 경찰야구단에 입단 원서를 냈다.
두산의 주전 라인업 중 베어스의 지명을 받아 입단한 선수 대부분은 20대 초반 일찌감치 군복무를 마쳤다. 오지환과 함께 청소년대표로 활약했던 허경민, 박건우는 각각 2010년, 2011년 입대해 병역 의무를 끝냈다. 리그 최고의 포수가 된 양의지도 2006년 입단 후 2년 만인 2008년 입대했다. 신인 때 굉장한 기대가 모아졌던 김재환도 입단 1년 만인 2009년 경찰야구단 유니폼을 입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단한 김재호, 유희관도 최대한 빨리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두산이 유망주를 빨리 입대시키는 이유는 복무기간과 전역 후 집중적인 육성시간까지 4~5년 뒤에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풍 두산 대표는 5일 “선수 뿐 아니라 프런트도 한 명이 빠지면 그 다음은 누가 그 역할을 맡아야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는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이 기업의 문화다”고 말했다. 두산의 힘이다.
● 신인지명부터 시작되는 군 테크
효율적인 병역관리는 재테크처럼 구단의 핵심 자산인 선수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그 첫 시작은 신인지명이다. 꾸준히 즉시전력 유망주를 배출하고 있는 두산과 넥센 히어로즈의 공통점은 리그 정상급 선수를 보유한 포지션에서 또 유망주를 뽑는다는 점이다. 넥센은 MVP출신 서건창이 있지만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카드를 내야수 김혜성을 위해 아낌없이 썼다.
성장과 군복무 시간까지 감안한 미래를 위한 투자다. 두산은 ‘포수왕국’으로 불리지만 매년 포수 스카우트에 많은 공을 들인다. 성장이 오래 걸리는 포지션의 특성 상 더 멀리 보고 준비를 하는 세심함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