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두 차례의 9월 A매치 일정을 마쳤다. 벤투 감독은 9일간의 대표팀 소집기간 동안 선수들에게 팀워크, 신념, 희생, 자긍심, 열정을 강조했다. 월드컵까지 남은 4년의 시간동안 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되기 위해서는 실력 이외에 마음가짐까지 잘 준비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스포츠동아DB
한국축구는 2022카타르월드컵 여정을 대비하기 위해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과 3년4개월+1년(월드컵 본선 옵션)의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장기 발전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축구계 안팎의 기대감이 굉장히 높다. ‘당대 최강’ 독일을 2-0으로 제압한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3차전)과 약체에 패하고 강호들을 토너먼트 라운드에서 모조리 꺾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의 금메달 기운이 맞물리자 잠자던 팬심이 모처럼 폭발했다.
코스타리카, 칠레 평가전 모두 만원관중이 찾아와 ‘앞으로 계속 달라질’ 대표팀을 응원했다.
태극전사들도 자신들을 둘러싼 긍정적인 분위기를 잘 인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갖가지 조롱과 조소, 비난을 위한 비난에 시달렸던 선수들은 이제 어리둥절할 정도로 따스한 환대를 받고 있다.
물론 그만큼 책임감이 커졌다. 벤투 감독은 3일부터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와 수원에서 이어진 9일 간의 소집훈련캠프 기간, 제자들에게 5가지 명확한 메시지를 던졌다. 훈련 틈틈이 이뤄진 선수단 미팅에서 프레젠테이션(PT)을 활용해 전달한 내용은 ▲ 팀워크(Team-work) ▲ 신념(Conviction) ▲ 희생(Sacrifice) ▲ 자긍심(Pride) ▲ 열정(Passion) 등이다.
“팀 분위기를 흐리고, 신념과 자부심 없이 희생과 열정의 자세가 안 된 선수는 대표팀에 들어올 수 없다. 이를 기준으로 선수들을 판단할 것이고, 향후 대표팀 합류를 결정할 때도 살펴볼 것이다.” (벤투 감독)
어차피 대표팀에 포함될 만한 선수 풀(Pool)은 정해져있다. 해외파든, 국내파든 내로라하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한다. 반면 성품과 인격, 행동은 다르다. 꾸준하게 대표팀에 몸 담고, A매치에 출격하려면 실력 외적인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일종의 합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벤투 감독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5개 영문 단어의 알파벳 가운데 한 글자씩을 이용해 ‘KOREA‘를 만들었다. 자긍심과 열정을 갖고 희생하고 헌신할 선수들이 한데 뭉치면 진정한 대표팀을 이룰 수 있다고 봤다. 대표팀이 소집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한 단어가 ‘원 팀’이다. 똑같은 목표와 의지로 뭉쳐야 좋은 퍼포먼스가 나오기 마련이다.
벤투 감독은 대표팀이나 클럽에서나 보수적으로 팀 운영을 해왔다. 스타플레이어도 규율을 어기면 가차 없다. 포르투갈 대표팀을 이끌 당시, 미팅 시간에 울린 나니의 휴대폰을 버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한 번 어긋나면 상황을 되돌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단 한번의 짧은 소집기간 동안, 벤투 감독은 자신과 운명을 함께 할 선수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제 선수들이 응답하는 일만 남았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