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인종차별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다

입력 2018-09-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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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디에고 발데스(왼쪽 두 번째)가 한 한국 축구 팬과 사진을 찍고 있다. 그(빨간 원)는 동양인 비하 행동인 ‘칭키 아이즈’를 포즈로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올댓부츠

지난 9일 디에고 발데스(왼쪽 두 번째)가 한 한국 축구 팬과 사진을 찍고 있다. 그(빨간 원)는 동양인 비하 행동인 ‘칭키 아이즈’를 포즈로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올댓부츠

2018러시아월드컵 때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8)는 전혀 영웅답지 못한 행동으로 몇 차례 욕을 먹었다. 그 중 국제적인 공분을 샀던 건 인종차별 행위였다. 그는 대회 조별리그 D조 1차전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전을 앞두고 자신을 향해 환호하는 한국 관중에게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했다. 눈 찢기는 동양인의 신체 특징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행위다. 논란이 커지자 “아시아인이 응원해주는 게 근사해보여서 한 행동”이라고 변명했지만, 그가 눈 찢기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국내에서도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진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와 평가전이 대표적이다. 콜롬비아대표팀 에드윈 카르도나가 한국 선수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눈 찢기를 해 논란을 빚었다. 선수 개인과 함께 콜롬비아축구협회의 공식 사과로 마무리됐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에게 5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칠레와 평가전(11일)을 앞두고 또 비슷한 사고가 났다. 칠레대표팀 디에고 발데스가 한국 팬과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눈을 좌우로 찢는 손동작을 한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축구커뮤니티 등에서 문제의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확산되자 그 때서야 발데스는 SNS를 통해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 상처 받았을 수도 있는 누군가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의도 됐든 아니든 간에 그의 행위는 분명 잘못됐으며, 사과 한마디로 끝낼 사안은 아닌 듯싶다. 대한축구협회도 유야무야 넘기지 말고, 유감의 메시지를 전해야한다.

이 같은 인종차별은 지구촌 곳곳에서, 또 전 종목에 걸쳐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축구장에서 말썽이 잦은 편이다.

FIFA는 규정으로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FIFA 규정 제3조 ‘민족과 인종의 차별주의 반대’에 따르면, ‘인종·성별·언어·종교·정치 혹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국가·개인 혹은 단체에 대한 차별은 엄격히 금지되며, 이러한 행위가 있을 경우 권리 제재와 제명 등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규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논란의 행위는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FIFA는 지난해 인종차별을 뿌리 뽑기 위해 강력한 정책을 도입했다. 심판에게 경기를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경기장에서 관중의 인종차별 행위가 발생하면 주심은 경기 일시중단-방송경고-경기 몰수의 3단계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게 통하지 않을 경우 아마도 더 강력한 대책이 나올 것이다. ‘인종차별과의 전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스포츠는 상대를 존중하고, 또 존중 받아야 가치가 있다. 그게 공정한 룰이다. 이를 통해서만이 정정당당한 승부가 가능하다. 실력 이외의 모든 외부요인이 개입되어선 안 된다. 그건 스포츠가 아니다. 특히 인종차별은 가장 질이 나쁜 외부요인이다. 누구에게도 용서 받지 못하는 인종차별 행위는 영원히 추방되어야한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체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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