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돌아온’ 권혁 “나도 경쟁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위치”

입력 2018-09-2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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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은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치를 한화 이글스 불펜의 기둥이 될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혹사의 후유증으로 뒤늦게 올 시즌을 시작했지만, 풍부한 경험과 강인한 멘탈을 지는 그는 시즌 막판 팀 불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정규시즌 9경기를 남겨둔 한화 이글스는 ‘가을야구’라는 큰 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9부 능선을 이미 넘어섰다. 2007시즌 이후 11년 만의 가을야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용덕 감독 체제로 재편한 2018시즌을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다.

한화의 막강 불펜은 기적을 일궈낸 가장 큰 원동력이다. 마무리투수 정우람과 송은범, 이태양, 박상원 등이 견고하게 벽을 쌓은 덕분에 가능한 결과다. 여기에 1년간의 공백을 지우고 돌아온 권혁(35)의 가세가 가져온 힘도 크다. 좌완 계투요원이 부족했던 팀 사정과 맞물리니 더욱 그렇다. 게다가 통산 700경기 이상 마운드에 오른 관록과 멘탈은 젊은 투수들에게 귀감이 된다. 특히 지난 3년간(2015~2017시즌) 연평균 60경기(총 181경기), 79.6이닝(228.2이닝)을 소화한 후유증을 털어냈다는 점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최고 146㎞, 평균 142.3㎞의 직구(포심패스트볼) 최고구속이 그 증거다. 한 감독도 “권혁이 베스트 컨디션으로 1군에 올라왔다”고 반색했다.


● “몸이 안 따라주니 가장 힘들었다”


지난 3년간 투혼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그러나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한 탓에 허리와 어깨 통증이 발생했고, 1년 넘게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복귀전(9월 5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도 2017년 8월 17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384일만이었다. 1군 복귀 의지를 불태우다 쉬어가는 일이 반복됐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다. “의욕과 달리 몸 상태가 내 뜻대로 올라오지 않았다. 괜찮아질 만하면 또 아프다 보니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권혁은 강력한 직구 구위로 승부하는 유형의 투수다. 복귀 후 직구 구속에 큰 관심이 쏠린 이유도 그래서다. 이에 대한 권혁의 생각이 궁금했다. “구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한 타자 한 타자를 어떻게 막을지만 고민한다. 물론 내 구속을 유지해야 제 기량이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속을 신경 쓰지 않은 지 꽤 된다.”


● 불펜의 자격, 그리고 깨달음

지난 16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통산 700경기 등판 기록(역대 11번째)을 달성한 뒤였다. “500~600경기 때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어려운 시간을 보낸 뒤 기록을 달성해 더 의미가 크다.” 목소리에 강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덧붙여 “불펜투수는 어떤 상황이든 팀이 필요할 때 열심히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 매일 대기하는 보직인 만큼 그 책임을 다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불펜의 자격’을 다시금 강조한 한마디였다.

이름값으로 경기에 나가는 시대는 지났다. 권혁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나도 경쟁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위치다.”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했다. 재활 기간에 1군 경기를 지켜보며 느낀 점이기도 하다. “젊은 선수들이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잘하더라. 그 모습을 보니 고맙기도 했고, 나도 선수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더 정신 차려야 한다는 압박감도 느꼈다.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부상 재발에 대한 걱정보다는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나도 적은 나이가 아니다. 마운드 위에서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꼭 그러고 싶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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