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세완 “드디어 연기에 눈떴어요”

입력 2018-10-0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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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극 ‘같이 살래요’에 출연한 연기자 박세완은 앞만 바라보며 매섭게 달렸다. 데뷔 초기 수차례 오디션 탈락의 아픔이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보다 더 높이, 멀리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KBS ‘같이 살래요’로 뜬 신예 박세완

원래 혼자 안달나서 힘들어하는 스타일
오디션 떨어지면 신당동 집까지 걸어가
이제 과거 집착 안 해…촬영 전에도 즐겨


신인 연기자 여회현(24)과 박세완(24)은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를 통해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또래의 여느 20대처럼 젊음의 기운을 뿜어내는 이들은 ‘같이 살래요’를 통해 단박에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활기 넘치는 모습과 달리 두 사람은 데뷔 초만 해도 기회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 자신감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를 얻으면 누구보다 악착같이 달려드는 법.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논다는 두 사람을 차례로 만났다.

박세완은 고3 때 드라마가 너무 재밌어서 내용을 노트에 적어가며 봤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했다. 성격상 앉아있는 걸 견디지 못하고 “공부하는 것도 별로”여서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의 주인공이 되어보자고 마음먹었다. 연기학원에서 치열한 입시전쟁을 치르며 2013년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입학했다. 고향인 부산을 떠나 서울로 오며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박세완이 본격적으로 연기에 발을 들여놓은 지는 3년째이다. 2016년 KBS 드라마 스페셜 ‘빨간 선생님’으로 데뷔한 그는 지난해 ‘자체발광 오피스’ ‘학교 2017’ ‘로봇이 아니야’ 등에 출연했다. 지난달 종영한 ‘같이 살래요’를 통해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았다. 극중 최정우·김미경의 딸을 연기하며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상한 말일 수도 있는데 (최정우·김미경 등)선배님들은 저에게 방패처럼 너무 든든한 존재이셨다. 다양한 조언과 경험담으로 힘을 북돋아주셔서 예상했던 것보다 긴장하지 않고 잘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드라마를 통해 즐기면서 연기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하하!”

신인 연기자 박세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박세완은 스스로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스타일이다. 주변에서 지적하지 않아도 혼자 안달하며 힘들어하고, ‘악플’이라도 보면 밤잠을 설친다. 촬영 이틀 전에는 외출은커녕 누군가와 만나지 않으며 정신을 집중한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촬영을 하기 전에 진이 빠져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는 “지금은 촬영 하루 전까지 놀 수 있다”며 웃었다. 약 3년간 시행착오를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스스로를 탓하고, 주변 이야기에 흔들렸던 과거의 모습에서 자유로워졌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공연할 때는 연기가 재밌었는데, 데뷔하고 일로 대해야 하니까 느낌이 다르더라. 이곳은 냉정함을 넘은 전쟁터이다. 제대로 연기를 못하면 하루아침에 캐스팅이 바뀔 수 있고, 못하면 오롯이 제 책임이지 않나. 그렇더라도 재미를 느끼면서 연기할 때 더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그렇다고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16년 당시 박세완은 오디션 보는 족족 떨어져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내일을 위해서라도 그 기분을 떨쳐내고 싶었던 그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근처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막걸리를 사서 과자와 함께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신당동 집까지 걸어갔다.

그는 “합격과 불합격의 결과도 중요했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에 더 짜증이 났다. 오디션에서 제 것을 못할 때 제 자신에게 화가 난다”며 “마음의 화는 걸으면서 다스린다. 소속사가 있는 옥수동에서도 집까지 걸어간다”고 했다.

박세완의 걷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격 탓에 앉아서 대본을 외우지 못해 걸으면서 중얼중얼하며 암기한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뒤에 걷는다. 최근에는 옆 동네 아파트 단지를 돌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는 일도 있었다며 깔깔 웃었다.

신인 연기자 박세완.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박세완은 스스로도 신기한지, 앉아있는 건 좋아하지 않지만 친구들과 만나 “밤새 술 마시는 건 좋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대학 진학 후 자취를 하면서 20년 만에 만끽하는 자유여서 그런 듯했다. 엄한 부모를 둔 그는 부산에서 심야영화를 본 경험이 없다. 낮에 봐도 되는데 굳이 늦은 시간에 외출을 해야겠느냐는 부모의 걱정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1월1일 술을 마셨다”고 해맑게 웃으며 “지금이 너무 자유롭고 재밌다”고 한다.

하지만 “연애를 안 한 지 3년이나 됐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박세완은 “선배님들이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신다”면서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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