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데뷔전 승리 안우진, 타고난 재능 입증

입력 2018-10-20 1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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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데뷔전서 승리투수’ 안우진, ‘악마의 재능’을 입증하다

타고난 재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넥센 히어로즈 안우진(19)이 포스트시즌(PS) 데뷔전인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화려한 데뷔전, 그 이상의 수식어는 없었다.

PS는 전쟁이다. 풍부한 경험만큼 중요한 요소도 많지 않다. 그런데 넥센 벤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2018시즌 1차지명 신인 안우진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사실 3-4로 한 점 뒤진 4회에 ‘초짜’ 투수에게 뭔가를 맡기는 것 자체가 모험에 가깝다.

그러나 안우진은 달랐다. 3.1이닝 동안 2안타 무4사구 5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7-5 승리를 이끌며 가을잔치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최고구속 154㎞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커브의 조합을 앞세워 한화 타선을 요리했고, 6회까진 흔들림 없이 아웃카운트 7개를 연달아 잡아냈다. 이 과정에서 임병욱의 홈런(5회3점)에 힘입어 승리투수 요건까지 갖췄다. 1992년 9월25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준PO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롯데 자이언츠 염종석과 2005년 10월10일 잠실 한화전(PO 3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두산 베어스 김명제에 이어 세 번째로 PS 데뷔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본 것이다.

●확실치 않았던 입지, 우려를 잠재우다

사실 안우진의 PS 등판을 장담하긴 어려웠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애초 제이크 브리검과 에릭 해커, 한현희의 세 명만 선발요원으로 정하고, 나머지 투수들이 모두 불펜에서 대기하는 방식을 취했다. “선발투수가 교체된 뒤에는 기존의 필승계투요원(이보근~김상수~오주원)을 우선 활용하겠다”고 밝힌 터라 안우진이 긴박한 상황에 등판하는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특히 정규시즌에서 급격히 제구가 흔들린 상황을 여러 차례 겪은 터라 더
욱 그랬다.

●제구까지 동반, 위력적인 이유 있었네

그러나 안우진은 첫판부터 강렬한 투구로 존재감을 뽐냈다. 높은 타점에 무브먼트까지 뒷받침된 강속구는 최고의 무기였다. 제구력까지 향상한 덕분에 최고구속 140㎞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의 위력도 배가했다. 이날도 7회까지 기록한 투구수 51개 가운데 37개가 스트라이크였다. 간간이 섞어 던진 커브와 체인지업은 ‘투 피치’ 위주의 단순한 피칭메뉴를 보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마운드에 오를수록 변화가 느껴진다.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려는 모습이 좋았다”며 그를 중용키로 결정한 장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 19세1개월20일의 나이로 준PO 최연소 승리투수라는 기록까지 거머쥐었다.

●불펜 약점 완벽 상쇄, 승리 이상의 수확

준PO를 앞두고 넥센의 최대 취약점은 바로 불펜이었다. 선발투수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했던 이유다. 그러나 오히려 정규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1위(4.28)를 기록한 한화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준PO 2경기에서 넥센 계투진이 9.2이닝 동안 허용한 점수는 단 1점뿐이었다. 정규시즌 이 부문 꼴찌(5.76)팀의 반란이다. 그 중심에 안우진이 있었다.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님 말씀대로 최대한 즐기려고 했다.” 그의 목소리는 기쁨에 차있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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