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유나이티드 욘 안데르센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시즌이 끝나면 언제나 대대적인 변화가 따랐다. 풍족하지 않은 재정에 쓸 만한 자원들의 이탈은 불가피했다. 무한 반복되는 새판 짜기.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는 연말이 항상 고통스럽다. 시즌 초까지는 잘 버티다가도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혀 정규리그 중반부터는 생존싸움에 돌입한다.
믿을 구석은 생존 본능이다. 스플릿 라운드가 도입된 이후 인천은 한 번도 아랫물로 떨어지지 않았다. 온갖 수모를 딛고 4년 연속 1부 리그에 남았다. 올해도 같은 시나리오. 34라운드까지 꼴찌(12위·승점 30). 그런데 억울한 면이 있다. 화력은 예년보다 한층 강화됐다. 불안한 뒷문이 아니면 더 높은 위치에 있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축구에 가정은 무의미하다. 준수한 결실의 최전방도, 꼴찌의 순위도 현실이다. 3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상주 상무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5라운드 경기는 ‘절박’이란 단어로 정리됐다.
이전까지 승점 36을 확보한 상주와 격차를 인천은 무조건 좁혀야 했다. 물론 상주도 승리하면 생존의 9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다. 절체절명의 혈투를 앞둔 두 팀 벤치는 실수를 주목했다.
인천 안데르센 감독은 “닉네임(생존왕)이 우릴 도우면 좋겠으나 지금이 중요하다. 실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상주 김태완 감독은 “인천의 조급증을 유도해야 한다. 급하면 실수가 따르는 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상주가 오히려 다급했다. 인천은 전반 27분 첫 골을 얻었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인천에 합류한 남준재가 무고사가 흘린 볼을 받아 골 망을 갈랐다. 후반 초반 상주가 몰아칠 때 잘 버틴 인천은 후반 5분 추가골을 터트렸다. 아길라르→고슬기가 만든 찬스를 무고사가 놓치지 않았다.
후반 막바지 한 골을 내줬지만 인천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1로 이기며 ‘생존 DNA’를 되살렸다. 최근 2연패로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 이제 인천과 맞설 때 쫓기는 쪽은 상대가 됐다. 인천 선수단은 “최악의 상황(강등)에 대한 불안함도 있지만 결국은 살아남으리란 확신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도 뚜렷한 이유는 모른다. 그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생존이 마치 과학처럼 돼 버린 인천의 ‘안데르센 동화’ 그리고 ‘겨울 동화’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