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축구를 뒤흔든 그라운드 안팎의 스캔들

입력 2018-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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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계는 잊을만 하면 대형 스캔들에 휘말려 몸살을 앓는다. 최근 성폭행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캔들(Scandal). 대중적인 물의를 일으킨 부도덕하고 충격적인 사건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스캔들이 다시 세계 축구계를 뒤덮고 있다. ‘축구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수장은 거대한 비리 의혹에 휩싸였고, 축구계 최고의 슈퍼스타는 성폭행 혐의로 그라운드 밖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의혹을 받고 있는 이는 지아니 인판티노(48·스위스) FIFA 회장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포르투갈)다. 축구관련 폭로 사이트 풋볼리크스는 지난 3일(한국시간) “인판티노 회장이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구단이 매출액 이상으로 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 위반을 눈감아줬다”는 내용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을 통해 터뜨렸다.

세계축구를 대표하는 호날두는 성폭행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고소를 당했고, 미국 경찰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호날두는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세계축구계는 법의 심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실효성 논란 일으킨 FFP 사태


이처럼 세계축구와 스캔들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막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산업답게 온갖 부정부패가 끊이질 않고, 동시에 선수나 감독 개인과 관련된 추문과 비리 혐의도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온다.

최근 들어 가장 뜨거운 이슈는 역시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연루된 FFP 사태다. FFP는 UEFA가 빅클럽들의 무분별한 영입 경쟁을 막기 위해 2009년 도입한 제어장치다. 막대한 재산을 자랑하는 일부 구단주들이 이적시장에서 무차별적으로 거금을 써가며 생태계를 파괴하자 선수 이적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구단 자체 수입액으로만 제한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용어 그대로 ‘재정적으로 공정한 플레이를 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제도의 실효성이다. 구단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편법을 통해 FFP를 위반할 수 있다는 게 맹점이다. 이번에 터진 맨체스터 시티와 파리 생제르맹 그리고 인판티노 회장의 유착설은 FFP의 사각지대를 그대로 보여준다. 풋볼리크스는 “맨체스터 시티가 유령회사를 설립해 가짜 지출을 수익으로 위장해 FFP의 법망을 교묘히 피해갔다. 또한 파리 생제르맹과 더불어 UEFA 재정통제위원회와 불법적으로 접촉했고, 인판티노 당시 사무총장이 이를 눈감아줬다”고 폭로했다.

두 클럽은 구단주의 개인 재산을 스폰서 계약으로 포장시켜 선수 이적료로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는 아랍에미리트(UAE) 출신 재벌 셰이크 만수르고, 파리 생제르맹의 대주주는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 투자청이다. 모두 석유를 밑바탕으로 둔 거대 재벌이다.

축구계는 “두 구단이 최근 대형선수를 영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큰 손들의 편법 투자가 숨어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동시에 “풋볼리크스의 폭로마저 없었다면 FFP는 무용지물로 남을 뻔했다”며 실효성을 지적하고 있다. 명문 구단들과 FIFA 회장이 연루된 이번 사태의 최종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UEFA 사무총장 재직 시절 저지른 비리 혐의에 휩싸인 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비리 덩어리’로 불렸던 FIFA

축구계 대형 비리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어두운 역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바로 FIFA다. 연간 수입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공룡 조직은 특히 전·현직 수장들의 부패가 늘 골칫거리였다. 대표적인 인물은 17년간 FIFA를 쥐락펴락했던 제프 블래터(82·스위스) 전 회장이다.

1998년 제8대 FIFA 수장으로 선출된 블래터는 역대 회장 가운데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이로 평가받는다. 집권기간 17년 동안 약 14조7000억원이라는 수입을 벌어들였고, 동시에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열린 2002한일월드컵과 2010남아공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자신의 권위를 스스로 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의 이면에는 어두운 부패의 온상이 숨어있었다. 블래터는 5선 연임을 앞둔 2015년 5월 최측근 인사들의 비리 혐의에 연루됐다.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이 2010남아공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관여하는 대가로 100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동시에 FIFA 고위관료 7명이 각종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러한 외풍에도 꿋꿋이 5선에 성공한 블래터는 결국 사태에 책임을 지고 17년 장기집권 시대를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블래터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가 최근 비리 의혹에 얽매인 인판티노 회장이다.


● 최악의 승부조작 스캔들

세계축구의 또 다른 대형 스캔들로는 2006년 이탈리아를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사건이 꼽힌다. 당시 이탈리아 경찰은 유벤투스 단장의 친아들이 운영하는 에이전시를 수사하기 위해 도청하던 도중 유벤투스와 세리에A 심판위원장 사이에 승부조작 개연성이 있는 내용을 인지했고, 이를 근거로 조사에 착수해 초대형 음모를 밝혀냈다.

파장은 대단했다. 수사 결과 유벤투스뿐 아니라 AC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내로라하는 세리에A 클럽들이 검은 세력과 손을 잡고 승부조작을 자행한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승점 감점과 하위리그 강등 등의 중징계를 받았다.

FIFA 랭킹 1위를 달리는 벨기에도 승부조작의 마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벨기에 연방검찰은 지난달 벨기에 프로축구 구단 임원과 심판, 에이전트 등 33명을 긴급체포했다. 혐의는 승부조작과 돈 세탁, 탈세였다. 이들은 1부리그 팀들의 강등을 막기 위해 승부조작을 벌였고, 동시에 선수 이적 과정에서 돈 세탁과 탈세를 통해 불법수입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수사선상에 올랐다. 결국 긴급체포된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기소되면서 사건은 현재 법의 심판대에 놓여있는 상태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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