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다현 위안부 티셔츠=반일(反日) 활동? 과대망상도 질병

입력 2018-11-16 2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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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다현 위안부 티셔츠=반일(反日) 활동? 과대망상도 질병

일본 우익 성향의 한 정치인이 트와이스 다현을 지목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다는 취지의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게재하며 반일 활동가로 몰아가고 있는 것.

일본 자민당 소속의 정치인 오노데라 마사루는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원자폭탄 티셔츠를 입은 방탄소년단이 NHK 홍백가합전에 나오지 않게 됐다. 이것은 낭보다. 하지만 안 좋은 소식도 있다”며 판매 수익금 일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마리몬드 티셔츠를 입은 다현의 사진을 게재했다.

이어 그는 트와이스가 지난해에 이어 NHK ‘홍백가합전’에 출장하게 된 것을 거론하며 “NHK는 이런 반일 활동가를 출장시키는 것이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후 오노데라 마사루는 해당 발언에 대해 지적하는 다른 트위터리안들에게 일일이 반박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오노데라 마사루는 한 트위터리안이 “위안부 티셔츠를 입은 의도는 알 수 없으나 다현은 반일이 아니다”라고 옹호하자 “당신은 다현이 아니지 않느냐. 여기에 대해서 견해를 밝혀선 안된다”고 일축하는가 하면 “반일 좌익 사상에 이용되어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하는 것이냐”, “내 논점조차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고 거친 설전을 벌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현이 꾸준한 일본 활동과 일본어를 배워 현지 팬들과 소통하려고 한다며 반일 활동가는 아니라는 팬의 의견에도 “열심히 일본어를 배운 것과 위안부 티셔츠를 입은 것은 상관없다. 그렇게 친일이라면 여기에 대한 견해를 내놓아야 한다”는 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티셔츠 한 장에 한 국가의 정치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치졸함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다는 취지의 티셔츠 한 장을 입은 것을 두고 반일 활동가라고 확장하는 오류를 범한 것은 물론 개인이 지닌 사상을 멋대로 해석해 자국의 음악 프로그램 출연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집요함은 보기 추할 따름이다.



트와이스는 이미 멤버 구성 자체부터 반일 사상과는 거리가 먼 그룹이다. 오사카 출신의 사나, 고베 출신의 미나, 교토 출신의 모모 등 일본인 멤버들과 함께 꾸려진 그룹인데다 지난해에는 아레나 투어 등 국내와 더불어 일본을 샅샅이 돌며 현지 팬들과 만났다.

뿐만 아니라 ‘뮤직 스테이션’ 등을 비롯한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하며 일본 내 팬들을 위한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내년에는 일본 돔 투어를 앞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다현의 위안부 티셔츠 착용은 한일 양국 간 불행한 역사의 희생양이 되고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자는 의미다. 즉 맹자께서 말씀하신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발로로 봐야 한다. 그 마음을 두고 반일(反日) 사상에 물들어 있다고 판단하는 논리라니. 확대해석이라기엔 지나치고 제 나라 국민들의 의견도 듣질 않으니 그야말로 통곡의 벽이 따로 없다.

현재 일본 우익 인사들은 방탄소년단의 광복절 티셔츠까지 포함해 온갖 과거의 언행들을 끄집어 내 K-POP 아티스트들을 어떻게든 반일 인사로 몰고 싶은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만행은 생각하지 않고 K-POP 아티스트들에게 일본 국민이 속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까지 짜놓았다.

앞서 언급한 ‘측은지심’처럼 피해자 행세를 하는 일본 우익 인사들에게도 맹자님의 말씀이 필요해 보인다. 수오지심(羞惡之心), 자신들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과연 일본 극우들에게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한다는 이런 마음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사진│스포츠동아DB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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