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김부근 대표 “창업 후 12년 지속적인 성장, 16년간 맺고 쌓은 신뢰의 힘”

입력 2018-11-30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다국적 제약회사의 1등 세일즈맨으로 활약하다 CMS를 창업해 국내 조영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김부근 대표가 CMS를 성장시킨 두 번의 포인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글로벌 의료회사 꿈꾸는 ‘CMS 김부근 대표’

흙수저 신입사원이 16년 쌓은 공든 탑… 조영제 담는 패키지·130ml 용기 ‘히트’
직원수 55명·연 매출 300억 기업으로 올 연말 일회용 시린지 공개 새 승부수
여자야구단 창단 등 체육 발전도 한몫


“완전 흙수저였습니다.”

김부근(55) 대표는 국내 조영제 산업을 대표하는 의약전문기업 CMS(센트럴메디컬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CEO다. 이 회사는 대형병원에서 실시하는 CT, MRI 촬영에 쓰는 조영제 연구와 개발이 주력사업이다.

국내 조영제 시장규모는 약 2500억원. 이 중 10% 이상의 점유율을 CMS가 차지하고 있다. 2006년 겨울에 창립되었으니 올해로 12년이 되었다. 12년 동안 CMS는 꾸준히, 하지만 큰 폭으로 성큼성큼 성장해 왔다.

김부근 대표는 스스로 자신과 회사를 키워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금도 하루를 48시간으로 쪼개 써야 할 정도로 일에 몰두하고 있다. “죽도록 일하면서 살아왔다”는 김대표는 “내일부터는 북미방사선학회 참관을 위해 임직원들과 미국 시카고로 열흘간 출장을 간다”며 웃었다.

김대표와의 긴 인터뷰는 서울 광장동 CMS 사옥에서 진행했다.

부산이 본적으로 서울에서 태어난 김대표는 어려서 심한 가난을 겪으며 자랐다. 상수도도 안 들어오는 상계동 단칸방에서 부모, 남동생과 고1 때까지 살았다. 아버지가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식당을 열었는데, 김대표는 “그때부터 고생길이 열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어릴 적 유일한 위안은 만화책이었다. 10원만 내면 하루 종일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볼 수 있었던 시절. 일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화방에서 살았다.

지금 생각해도 희한한 것은 그 어린 나이에도 기업만화를 제일 좋아했다는 것이다. 돈없고 빽없는 주인공이 돈을 벌고, 기업을 일으켜 성공한 후 못된 놈들에게 복수하는 장면을 보면 더없이 통쾌했다.

CMS 김부근 대표.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내가 1등하겠다” 신입사원의 호언이 현실로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김대표는 졸업 후 취업을 하는 대신 각종 궂은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과일장사를 하는가 하면 속칭 ‘삐끼’를 고용해 무허가 운전교습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늦은 나이인 스물일곱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는데 제대하자마자 입사한 곳은 전자공학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는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쉐링(현 바이엘)이었다.

“당시 9명 뽑는데 560명이 지원을 했다. 성적은 별로 안 좋았는데 세일즈맨으로서의 자질, 태도 등을 높이 사줬던 모양이다.”

9명 중 2등으로 입사한 김대표는 신입사원 소개식에서 “올해 내가 1등을 해보이겠다”고 호언했다. 그리고 힘들고 고돼 다들 기피하는 약국부에 들어가 그해 전체 실적 1등을 차지했다.

“한국쉐링에 있던 16년 동안 1·2등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사내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승승장구하던 김대표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2006년. 한국쉐링이 바이엘에 인수합병되면서 직장인으로서 미래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이때 모 약품회사의 회장이 김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돈을 모아줄 테니 한번 독립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돈을 모아 김대표의 통장에 넣어주었다.

훗날 김대표는 당시의 회장에게 물었다.

“그때 제가 돈을 갖고 도망갔으면 어쩌실 뻔 했습니까.”

“뭐 도망갈 놈 같지는 않더라고.”

CMS 김부근 대표.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CMS의 성공을 견인한 두 번의 기회

김대표는 CMS를 창립하면서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김대표의 창업을 도왔을까. 그것은 16년 동안 김대표가 맺고 쌓은 신뢰와 믿음 덕이었다. 김대표는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되 비굴하지 않는다가 세일즈의 원칙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무례하고 악의적인 고객에게 쏟을 시간과 정성을 필요하고 우수한 고객에게 돌렸다.

이 원칙은 현재 CMS 전 임직원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자본금 5억1000만원, 8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CMS는 이제 직원 55명, 연 매출 300억원에 근접하는 기업으로 우뚝 섰다. CMS의 성공가도에는 두 번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하나는 특허받은 패키지(포장용기). CMS가 판매하는 조영제 BONOREX는 100ml에 5만원이 넘는다. 위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먹는 현탁액 한 캔에 8000원 정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고가의 약품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조영제는 빛에 노출되면 사용하지 못해 특수한 패키지에 담아야 한다.

CMS가 사용하는 패키지는 겉으로 보기엔 다른 제품처럼 얇아 보이지만 3중구조를 지니고 있다. 뜯으면 내부가 또 3중구조다. 완벽한 햇빛 차단기능을 자랑하는 데다 떨어뜨려도 파손되거나 오염될 일이 없다.

또 하나는 130ml 크기의 용기제품이다. 기존제품은 150ml가 대부분이었다.

“촬영장비기술이 발달해 스캔속도가 빨라졌다. 과거 1채널 시절에는 1초에 한 바퀴를 돌았는데, 지금은 64채널, 128채널까지 나왔다. 그러다보니 아주 뚱뚱한 사람이 아니면 조영제를 150ml나 쓸 일이 없어졌다.”

병원들은 남는 20ml를 버렸다. 버려지는 조영제 비용은 환자와 의료보험이 감당해야 한다. 20ml에 1만원으로 치면 대형병원 같은 경우 연간 수억원이 버려지는 셈이다.

“생각과 발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130ml 제품은 시장에서 획기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3년쯤 지나니까 다른 회사들도 130ml 제품을 내놓더라.(웃음)”

CMS 김부근 대표.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다음 세대를 위한 초석을 놓는 꿈

이 두 번의 포인트는 CMS에게 급성장의 동력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김대표는 “하나가 더 있다”고 했다. 조영제를 투여할 때 사용하는 시린지(큰 주사기)이다. 원래 일회용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병원으로서는 비용부담이 늘고, 환자에게는 위생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CMS가 올 연말께 선보일 예정인 시린지는 조영제와 일체형이다. 일종의 ‘약품이 충전된 주사기’인 것이다. 김대표는 “주사기 값을 우리가 부담하더라도 매출이 늘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대표는 요즘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장차 한국에서도 글로벌 의료회사가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CMS가 부지런히 초석을 놓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20년 완공 예정인 오송산업단지 공장은 대표적인 예이다.

평소 스포츠를 사랑하는 김대표는 스포츠의 미래를 위한 초석놓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CMS는 3년째 동아스포츠대상의 메인 후원사를 맡고 있으며 CMS여자야구단을 창단해 체육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축구는 한 명의 스타플레이어만으로 이길 수 없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지만, 멀리 오래 가려면 팀이 함께 가야 합니다. 마케팅, 재무, 학술, 재고관리, 영업. 우리는 ‘원팀(One-Team)’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