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코치’ 박승민이 바꿀 KT 마운드

입력 2018-12-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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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민 KT 위즈 투수코치(앞)는 선수 은퇴 직후부터 야구 공부에 매진했다. “차원이 다른 코치가 될 것”이라는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 코치의 이러한 공부는 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 시절 성과를 냈다. 2019년부터는 KT를 투수왕국으로 만들고 싶다는 박 코치다. 사진은 지난달 끝난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 때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 코치. 사진제공|KT 위즈

“그래서, 야구 해봤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BO리그에서 세이버매트릭스를 논하면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현장 지도자들은 외부인은 물론 데이터팀 관계자들이 의견을 낼 때면 “야구 해봤냐?”고 되물었다. ‘나는 야구를 몸으로 경험했다. 숫자놀음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고집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제 현장 지도자 대부분이 숫자를 논한다. 최근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선수 영입 발표를 하며 익스텐션, 회전수 등 세분화된 지표로 이들을 설명했다. 변화의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2018시즌 종료 후 넥센 히어로즈를 떠나 KT 위즈에 합류한 박승민(41) 투수코치는 변화의 1세대다.

선수 시절 박준수라는 이름으로 활약한 그는 2000년 현대에서 데뷔한 뒤 통산 264경기에 등판해 17승18패 44세이브 29홀드,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특히 2006년에는 61경기에서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82로 펄펄 날았다. 정상급 선수였던 그는 은퇴 직후 기자, 캐스터 등 비야구인들과 만남을 자주 가졌다. 피부로 느낀 지식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2%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몇몇이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차원이 다른 코치가 될 것”이라는 조언을 건넸다.박 코치는 각종 웹사이트를 뒤져가며 자료 수집 및 공부에 매진했다.

이러한 연구는 다른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미완의 대기 최원태(21·넥센)를 바꾸는 방식도 남달랐다. 최원태는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박 코치는 변화를 강요하는 대신 투심 패스트볼과 포심 패스트볼의 피안타율 등 지표만을 제시했다. 본인이 변화의 필요성을 느낄 때까지 기다렸다. 한동안 포심을 메인으로 삼던 최원태는 한계에 부딪혔고, 박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여 투심 구사율을 대폭 늘렸다. 올해 23경기에서 13승을 거둔 밑거름이다.

박승민 KT 위즈 투수코치. 사진제공|KT 위즈


이처럼 그는 전통적인 코칭 스타일을 거부한다. 많은 투수코치들은 새로운 선수를 만났을 때 폼에 손을 댄다. ‘팔을 조금만 더 끌고 나오면 구속이 오를 텐데’, ‘팔 각도를 높이면 변화구 각이 더 커질 텐데’ 등의 생각이 만드는 결과다. 투구폼에 정답은 없지만, 코치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폼은 있다. 자신의 입맛대로 선수를 바꾸는 것이다. 투구폼 교정을 통한 성공사례도 많지만, 선수 생활 내내 투구폼만 바꾸다 유니폼을 벗는 경우도 있다.

박 코치의 생각은 다르다. “따로 찾아와 투구폼에 대한 질문을 건네는 선수들이 많다. 그때마다 ‘폼이 바뀌어야 결과가 바뀌나? 공이 바뀌어야 결과가 바뀌나?’고 되묻는다. 답은 간단하다. 지금 폼의 부상 위험이 높다면 모를까, 결국 각자 몸에 맞게 던지는 걸 억지로 수정할 필요는 없다.”

2014년부터 3년간 넥센 수석코치로 박 코치를 지켜본 이강철 KT 신임감독은 이러한 점에 매력을 느꼈다. 이 감독은 취임식에서도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스타일보다는 새로운 지도 방법을 추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코치들을 모셨다”고 설명했다.

KT는 2015년 1군 진입 이래 쓸만한 투수 육성에 실패했다. 박 코치의 어깨가 유독 무거운 이유다. ‘연구하는 코치’인 그가 KT를 어떻게 바꾸느냐에 2019년은 물론 그 이후 성적도 달려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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