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차범근과 ‘전설로 닮아가는’ 손흥민

입력 2018-12-06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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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선수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같거나 얼추 비슷해야한다. 아시아가 낳은 최고 스타 차범근(65)과 요즘 가장 핫한 손흥민(26·토트넘)의 기록을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이 6일 유럽 무대 통산 100번째 골을 기록하면서 이런 비교는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객관적인, 또는 설득력 있는 비교를 하기란 쉽지 않다. 나이와 활동 무대, 시대 상황, 부대 여건 등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둘의 공통점을 찾자면 그 시대가 요구하는 족적을 남기며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이다. 또 그라운드를 휘젓는 저돌적인 돌파는 40년 세월의 간극 속에서도 꼭 닮았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 차범근은 한국과 아시아를 평정한 뒤 군복무를 마친 20대 중반에 독일 무대를 노크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에이전트 제도가 없어 독일 교민들이 도움을 주던 시절이었다. 구단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떠난, 그야말로 축구인생을 건 도박이었다.

손흥민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0대 중반에 일찌감치 독일 무대로 향했다. 축구선수 출신의 아버지로부터 어릴 때부터 꼼꼼한 개인 지도를 받은 덕분에 기초가 탄탄했고, 선진 프로그램이 접목되면서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차범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차범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혈혈단신으로 떠난 차범근은 1980년대 세계 최고의 리그였던 분데스리가에서 오직 실력으로 외국인 선수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스피드와 파워, 헤딩력 등을 장착하며 상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1979~1980시즌부터 10년간 뛰면서 정규리그 98골을 포함해 총 121골을 넣는 동안 외국인 선수 최다골 등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웠다. 자기관리도 철저했다. 그 덕분에 슬럼프도 거의 없었다. 기량은 물론이고 성실한 자세로 한국을 넘어 아시아 선수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끌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을 거친 손흥민은 독일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2015~2016시즌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무대(EPL)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피드를 활용한 폭발적인 드리블과 날카로운 슈팅은 그곳에서도 통했다. 가속 페달을 밟은 듯 골 행진을 이어가면서 4시즌 동안 51골을 기록했다.

검증된 공격수 손흥민은 아직 젊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군 문제도 해결했다. 다만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컨디션 관리를 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자기관리만 잘 한다면 30대 중반까지 뛸 수 있다. 그래서 기록행진의 한계는 없는 셈이다.

기록은 언젠가는 깨지기 마련이다. 차범근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설은 모두 같은 반열이다. 차범근과 손흥민을 놓고 누가 더 위대한 선수냐를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 차범근은 이미 전설이고, 손흥민은 그 전설로 닮아가는 한국축구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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