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패트롤] “은행 바꿀까?”…고객 외면한 노사 양측에 불만

입력 2019-01-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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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점점포여서 단순업무와 자동화기기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파크몰 지점 출입문에 붙은 은행 사과문과 지점장의 대고객 안내문(위쪽)과 총파업 때 대면 창구업무가 가능하다는 거점점포인 KB국민은행 용산금융센터의 모습. 평소 은행 고객이 가장 몰리는 점심시간이지만 파업소식을 전해들은 탓인지 한산하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 총파업 KB국민은행, 영업점 찾아가 보니

노사 합의 결렬…결국 총파업 강행
647개 비거점점포, 단순업무만 가능
파업 소식 알려져 점심 때도 한산
업무 많은 월말 2차 파업 예고 걱정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간 8일 오전 10시20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안에 있는 KB국민은행 지점을 찾아갔다.

은행 출입문에는 파업으로 예상되는 고객 불편에 대한 은행의 사과문과 지점장 명의의 대고객 안내문이 나란히 붙어있었다. 지점 안은 의외로 한산했다. 평소라면 본격적인 창구 업무가 진행될 시간이지만,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려는 사람 외에 고객이 거의 없었다.

이 지점은 거점점포가 아니어서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자동화기기사용과 창구를 통한 단순 입출금, 이체 정도가 전부였다. 지점의 청원경찰은 자동화기기 이용 등을 안내하면서 다른 업무는 인근 용산금융센터를 방문할 것을 권했다.

아이파크몰 지점에서 만난 지혜명(33·여)씨는 “자동화기기나 모바일 앱으로 은행 거래를 주로 해 큰 불편은 느끼지 못한다”면서 “하지만 은행원이 임금 문제로 파업해 고객에게 불편을 준다는 점에 불쾌감을 느껴 거래은행을 바꿀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밤새 진행했던 노사협의가 끝내 결렬되면서 8일 KB국민은행 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측은 총파업 대책으로 전국 1058개 전 영업점을 열고 이 중 거점점포인 411개점에서는 주택자금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은행원의 손을 거쳐야 하는 창구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기자가 방문한 아이파크몰 지점처럼 전체 영업점의 60%가 넘는 647개 비거점점포에서는 정상적인 은행업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이파크몰 지점에 이어 찾아간 용산금융센터. 정상적인 창구업무가 가능하다고 안내한 거점점포이지만 이곳도 창구 8개 중 3개에 부재중이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용산점 역시 파업 사실이 알려진 탓인지 고객이 많지 않았다. 용산점 직원은 “원래 오전은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많지 않아 평소보다 고객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가장 손님이 몰린다는 점심시간에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직종에 비해 고임금 직군으로 알려진 은행원들이 성과급, 임금피크제 연령, 페이밴드 등을 놓고 파업에 들어간 것에 영업 현장에서 만난 고객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용산금융센터에서 만난 전수일(72·남)씨는 “50년 고객인데 이견이 있으면 협상으로 풀어야지 은행을 축소운영하는 게 말이 되냐”며 “이런 고객 불편에 대해 기껏 금융거래 수수료나 연체이자 면제만 들먹이는 은행 측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그나마 최근 금융업무가 온라인·모바일 거래나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는 ‘디지털 퍼스트’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은행원을 통한 창구업무가 예전보다 줄어 걱정보다 혼란은 크지 않았다. 또 파업이 월말이나 연휴 직전처럼 고객이 몰리는 시기에 발생하지 않은 것도 다행이었다. 하지만 아직 노사합의 소식이 들리지 않는 상항에서 KB국민은행 노조는 31일과 2월1일에 2차 파업을 예고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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