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임은주 신임 단장. 사진제공 | 키움 히어로즈
임 단장은 이날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최근 갑자기 (키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부분도 있어 망설였다”며 “새로운 분야와 출발이라는 점에 고민도 많았다. 어려운 도전이 되겠지만 최선을 다해 키움이 KBO리그에서 모범적인 구단으로 발돋움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프로축구에 이어 프로야구 대표자를 맡게 된 임 단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최초’란 수식이 가장 많은 축구계 인사다. 여자축구국가대표로 1990베이징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임 단장은 1997년부터 국내 최초로 여성 국제심판으로 활동했다. K리그에서 홍일점 심판으로 휘슬을 잡았고 여자월드컵과 세계 청소년선수권(현 17세 이하 월드컵)에 나서는 등 왕성하게 심판 커리어를 이어갔다.
국제 축구계에서도 널리 알려졌다. 국제심판을 거쳐 심판위원 및 강사, 여성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주요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고, 이들과 폭넓고 깊은 교류를 통해 한국축구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여성 행정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구단 대표자로 변신한 것은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교수로 활동하던 2012년이다. 도민구단 강원FC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이는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여성 구단 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15년 강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임 단장은 2017년부터 FC안양 단장에 부임해 지난해 8월 사임할 때까지 구단 리더로 활동했다.
임 단장에 대한 축구계의 평가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가치관과 철학이 뚜렷하다. ‘최초 여성 심판’이자 ‘최초 여성 행정가’로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으나 한계와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또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의 강원과 안양을 우직하게 이끌면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강원의 경우, 수십억 원대 빚을 청산하면서 구단 정상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스포츠단 운영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를 갖췄다. 키움도 “어려운 구단을 강직하게 이끄는 과정에서 임 단장은 인상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물론 부정적인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워낙 호불호가 확실하고 목표의식이 강하다보니 간혹 주변과 마찰을 빚곤 했다. 일부 팬들과 법적 싸움을 이어간 안양에서의 마지막 행적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치적인 코드인맥이 아니냐는 의문과 오해 역시 임 단장이 스스로 떼어내야 할 과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