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연. 사진제공|KLPGA
‘루키’ 조아연(19·볼빅)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대회 만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신인왕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조아연은 7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파72·6301야드)에서 끝난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6억 원·우승상금 1억2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 우승을 차지했다.
조아연은 한국여자골프의 당찬 기대주로 손꼽힌다. 2016년과 2017년 제주도지사배에서 2연패 했고, 지난해 57개국 171명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한 월드아마추어 팀 챔피언십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정회원으로 입회했다. 2019 KLPGA 정규투어 시드 순위전 예선과 본선을 모두 수석으로 통과하면서 당당하게 1부투어로 입성했다.
생애 첫 우승은 극적인 역전 드라마와도 같았다. 1m 거리 내리막 버디 퍼트에서 희비가 갈렸다.
3라운드까지 4언더파 공동 7위를 달리던 조아연은 최종일에 차근차근 선두 그룹을 쫓았다. 7언더파 챔피언조 공동선두 김민선(24·문영그룹)과 최혜진(20·롯데)이 주춤하는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첫 1번 홀(파4)에서 보기를 기록했지만 파4 2번 홀 버디로 이를 만회했고, 9번 홀(파5)에서 다시 버디를 낚으면서 타수를 줄였다. 후반 버디 3개를 추가해 8언더파로 김민선과 공동선두가 됐다.
승부는 마지막 파5 18번 홀에서 결정됐다. 두 번째 샷만으로 공을 프린지로 올린 조아연은 이글 퍼트 실패 후 1m 버디 퍼트를 가볍게 성공시킨 반면, 뒤따라오던 김민선은 비슷한 위치에서의 버디 퍼트를 놓치면서 조아연의 우승이 확정됐다.
조아연은 “18번 홀 2번째 샷 이후 그린으로 걸어오는데 대형 리더보드에 내 이름이 있었다. 그제야 ‘내가 여기까지 올라왔구나’라고 알았다”며 멋쩍게 웃고는 “김민선의 어프로치샷이 홀과 가깝게 붙는 장면을 보고 연장전 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첫 퍼트 이후 다른 쪽에서 퍼트를 하기에 그제야 내가 우승을 했다고 느꼈다. 아직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평소 야무진 성격으로 유명한 조아연은 “내 정신력이 그렇게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떨린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떨지 않는다고 한다”며 신인다운 당돌함을 보였다. 이어 “프로 데뷔를 하면서 첫 번째 목표를 신인왕, 두 번째 목표를 2승으로 잡았다. 오늘 우승으로 일단 2승이 가까워졌다. 다만 레이스가 많이 남은 만큼 틈틈이 약점들을 보완해가면서 데뷔 시즌을 치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귀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