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박한이.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진 코치는 따뜻한 미소로 박한이를 바라보더니 “한이야 오늘 많이 뛰었니? 좀 더 뛰자”라고 넌지시 말했다. 박한이는 잠시 망설이더니 “예, 알겠습니다”라며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짧은 전력질주 훈련을 4차례 추가로 소화했다. 진 코치는 박한이가 러닝을 마칠 때마다 농담도 걸고 등도 두드리며 바로 곁을 지켰다.
훈련을 마친 박한이가 돌아가려는 순간 진 코치는 “오늘 안타 예약이다”며 웃었다. 박한이는 모자를 벗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원정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며 목을 축이는 표정에는 뿌듯함이 담겨져 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삼성 김한수 감독은 선발 라인업 지명타자에 박한이의 이름을 썼다. 덕분에 수비 훈련이 짧아 가장 먼저 스케줄을 마쳤다. 진 코치가 박한이에게 러닝훈련을 권한 것도 충분히 근력에 긴장을 더하고 경기에 뛰게 하기 위해서였다. 꽃샘추위 속 부상을 방지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진 코치와 박한이는 삼성에서 무려 15년을 함께 뛰었다. 2002년 팀의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도 함께 했고 2010년대 ‘라이온즈 왕조’의 주역이기도 했다. 이제 코치와 선수가 됐지만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아는 사이다. 특히 진 코치도 올해 박한이와 비슷한 만41세까지 선수로 뛰었다. 노장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더 뛰자”는 말에는 선수생활 황혼기를 앞두고 있지만 더 최선을 다하고 있는 리그 최고참 선수를 향한 특별한 응원이 담겨져 있었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