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왼쪽)과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다시 만나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두 솔로이스트는 동시대에 활동한 네 음악가들의 작품을 ‘유려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제공|목프로덕션
낭만-현대 시대 음악가 네작품 연주
김재영 “프레시한 지영…호흡 척척”
문지영 “오빠와 연주…모든게 술술”
14일 광주, 17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문)지영이가 편하더라고요.”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34)이 웃으며 말했다. 김재영과 피아니스트 문지영(24)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만났다. 14일 광주광역시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과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두 차례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
두 사람은 요즘 국내 클래식계에서 매우 핫한 연주자들이다. 문지영은 2014년 스위스 제네바국제콩쿠르와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단숨에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이 두 콩쿠르는 ‘피아노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1957년에 우승한 대회로, 이로 인해 문지영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행보를 닮은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재영’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역시 현악사중주단 노부스콰르텟이다. 2007년 결성되어 1년 만에 오사카국제실내악콩쿠르에서 3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리옹국제콩쿠르(2009), 하이든국제콩쿠르(2012)에서 차례로 입상했다. 2012년에는 현악사중주 부문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ARD국제콩쿠르에서 2위, 2014년에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쥔다. 모두 최연소이자 한국인 최초의 기록들이다. 노부스콰르텟이 가는 길 위로 대한민국 실내악의 새 역사가 쌓이고 있다.
“연습은 잘되어 가시는지” 하고 물었더니 “두 번했고, 앞으로 네 번 더 계획하고 있다”라고 했다. 몇 년 뒤까지 연주 스케줄이 꽉꽉 차는 정상급 연주자들은 연습일정 맞추는 게 공연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그래서 연주회를 앞두고는 두어 차례 맞춰 보고 무대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 역시 유럽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데다 거주지도 독일 베를린(김재영)과 서울(문지영)로 다르지만 악보 리딩부터 함께하고 있다. 이번 듀오 리사이틀에 대한 이들의 각별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 작년에 지영이와 함께한 무대의 호응이 좋았다. 그동안에는 비슷한 나잇대거나 후배라도 동세대와 연주를 많이 했는데 모처럼 프레시한 지영이와 함께하게 되어 좋다”. “(문) 그게 다야?(웃음)”.
바이올린에게 피아노는 든든한 받침목이자 지원군이다. 자칫 호흡이 맞지 않는 피아니스트를 만나게 되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좋은 반주자를 만난다는 것은 인생에서 좋은 반려자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다.
“(문) 오빠와 작년에 연주할 때 모든 것이 ‘유려하게’ 흘러갔다. 오빠가 이번에도 함께하자고 했을 때 바로 OK했다. 게다가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서…”.
이번 리사이틀에서 두 사람은 네 곡을 연주한다.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가단조’, 카롤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단조’, 블로흐 ‘발셈 모음곡(세 개의 유대시)’, R.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내림마단조’다. 모두 낭만의 끝자락과 현대의 출발점에 섰던 동 시대의 작곡가들이지만 나라가 다른 만큼 음악적 색깔도 다르다.
김재영은 “슈트라우스 작품이 하고 싶어서 그걸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짰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도 이번 곡들은 도전이다. 김재영은 슈트라우스 작품만 연주해봤고, 문지영은 아예 네 곡 모두가 첫 연주다.
인터뷰는 두 사람의 연주처럼 ‘유려하게’ 흘러갔다. 김재영이 주로 이야기했고, 문지영은 자주 웃었다. 좋은 선후배를 넘어 다정한 오누이처럼 보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동시대의 작곡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냈는지, 그 나라와 문화의 특성이 어떻게 묻어있는지 상상하면서 보시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김재영).” 그러자 “많이 와주세요” 하고 문지영이 또 웃었다. ‘위잉’ 하면 ‘띵똥’이다. 두 사람이 말하는 게 꼭 바이올린과 피아노 같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