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한 뼘 더 자란 오세훈, 스승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입력 2019-06-11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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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 오세훈.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출전 중인 한국대표팀은 당초 조별예선 통과도 힘들다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한국은 2승1패 조 2위로 당당하게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16강 일본전과 8강 세네갈전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았지만, 원 팀으로 똘똘 뭉친 정정용호는 짜릿한 승부를 펼치며 승승장구했다.

한국축구사를 새로 쓴 태극전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졌다. 이강인(발렌시아)이나 조영욱(서울) 등 몇몇은 대회 개막 전부터 잘 알려진 선수들이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이름을 알린 선수들이 더 많다. 공격수 오세훈(아산)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16강 진출의 운명이 걸린 아르헨티나와 조별예선 3차전에서 대회 첫 골을 기록한데 이어 일본을 상대로도 후반 막판에 결승골을 터뜨려 화제가 됐다. 세네갈전에서는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장신의 상대 수비진과 몸싸움을 펼치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등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중압감이 엄청난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쐐기를 박는 골을 넣어 주목을 받았다. 이 골로 한국은 1983년 이후 36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오세훈은 한국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재목으로 평가받는다. 큰 키(193cm)를 이용한 고공 플레이에 능하고, 힘과 슈팅 능력도 갖췄다. 오세훈을 오랫동안 지켜본 스승들도 그의 성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세훈은 원래 중앙 수비수로 축구를 시작했다. 중·고교 시절 6년간 그를 지도한 현대고 박기욱 감독은 “오세훈은 중학교 때까지 센터백이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와 공격수로 바뀐 케이스다. 당시 센터백에 비슷한 체격의 왼발잡이 동기가 있어 공격수로 뛰게 했는데, 공격적인 성향을 잘 살려나갔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선수 개인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하나의 포지션보다는 2~3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에 따르면, 현대고는 오세훈이 고3 때인 2017년 전국대회 5관왕(한 대회 빼고 모두 석권)을 차지했다. 당시 같이 뛴 최 준(연세대)과 김현우(디나모)는 이번 U-20월드컵에서도 함께 하고 있다. 박 감독은 “오세훈은 가진 게 많은 선수다. 힘이 좋고, 열정적이다. 경기장 밖에선 성실하고 자기 관리도 잘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신적으로도 준비가 잘 됐다. 이기는 경기를 하지만 그렇다고 안주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선수”라며 목표의식이 뚜렷한 점을 들려줬다.

하지만 오세훈에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18년 울산 현대에 입단한 그는 단 3경기만을 뛰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쟁쟁한 선배들과의 경쟁은 최고 유망주에게도 버거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2부 리그 아산무궁화에 임대 이적했다. 기회가 찾아왔다. 대부분 선발로 출전하며 9경기·3득점·2도움을 기록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시간이었다. 아산 박동혁 감독은 “오세훈의 가장 큰 장점은 피지컬이 좋다는 점이다. 이를 활용한 스크린플레이와 헤딩력이 뛰어나다. 특히 큰 키에도 활동량이 많다는 건 큰 장점”이라면서 평가했다.

U-20월드컵은 성장의 발판일 뿐이다. 성인대표팀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장을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해야 한다. 박기욱 감독은 “미흡한 점을 다듬으면서 프로에서 꾸준히 활약한다면 좋은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격려했다. 박동혁 감독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다. 장점을 살리면서 부드러운 플레이를 보강한다면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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