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제 그의 진로에 관한 소식은 주요 뉴스가 됐다. ‘잔류냐 이적이냐’, ‘완전 이적이냐 임대 이적이냐’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강인의 이름 석자에 힘이 실렸다. 소속 구단 발렌시아도 이를 인정한다. 그 때문인지 양측은 최근 향후 거취를 놓고 긴급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는 지난해 10월 스페인 국왕컵에 출전하며 한국인 최연소 유럽 1부 리그 출전 기록을 세웠다. 올해 초에는 1군 선수로 등록되며 2022년까지 계약을 맺었다. 특히 바이아웃(최소 이적료 조항)이 8000만 유로(약 1050억원)로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계약 이후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다. 3경기 교체 출전이 전부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발렌시아 감독이 선호하는 4-4-2 포메이션과는 맞지 않았다. 시즌 말미엔 이적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런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U-20 월드컵 출전으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최근 외신을 종합해보면 이강인의 이적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26일(한국시간)에도 눈길을 끄는 보도가 나왔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이강인이 스페인 1부 리그 레반테로 임대 이적된다는 내용이다. 레반테는 U-20 월드컵 이전부터 관심을 보인 구단이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부분은 레반테 감독이 직접 전화를 했다는 점이다. 외신에 따르면, 파코 로페스 레반테 감독은 이강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레반테가 이강인의 플레이 스타일에 적합하다는 사실과 출전시간 보장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감독이 이처럼 적극적이라면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 소식을 접하는 순간, 14년 전 박지성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사연이 떠올랐다. 2005년 5월 어느 날 네덜란드 PSV아인트호벤 소속이던 박지성도 퍼거슨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맡고 있던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에게 영입하고 싶다는 것과 함께 반 니스텔루이가 PSV에서 맨유로 이적해 성공했다는 점을 들면서 설득했다. 그 이후 맨유 이적과 전성기를 보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박지성의 성공은 감독과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도 할 수 있다.
언론보도 이외에는 이렇다할 내용을 확인할 길이 없지만, 정황 상 레반테 이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완전 이적은 아니다. 발렌시아도 이강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또 레반테가 바이아웃의 8000만 유로를 지불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출전기회만 보장된다면 임대 보낼 가능성이 높다.
레반테는 명문 구단은 아니다. 지난 시즌 승점 46(11승13무14패)으로 리그 20개 팀 중 15위를 마크한 하위권이다. 겨우 강등권에서 벗어난 팀이지만 이강인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적 조건 중 중요한 게 환경적인 요인이다. 언어나 날씨, 음식, 경기장, 응원단, 분위기 등이 적응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 적응이 빨라야 경쟁력도 생긴다. 그런 점에서 발렌시아와 같은 지역 연고의 레반테도 선택지로서 나쁘진 않다. 외신 보도처럼 이사 없이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아울러 감독이 직접 나서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건 더할 나위 없다.
물론 레반테는 목표가 아니다. 디딤돌에 불과하다. 많은 출전을 통해 진가를 발휘한다면 빅 리그, 빅 클럽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18세의 이강인에게 지금 필요한 건 끊임없는 성장이다. U-20 월드컵 골든볼 수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그래서 뛸 수 있는 곳을 찾아야한다. 선수는 뛰어야 성장하고 강해진다. 이강인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