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권 달라” ‘보좌관’ 이정재, 김갑수 앞 무릎…6g의 대가

입력 2019-07-13 0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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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이정재가 김갑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정진영의 지역구였던 성진시의 보궐선거 공천권을 얻기 위해서였다.

12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9회에서 밝혀진 이성민(정진영)이 죽음을 택한 이유, 바로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선거자금이 부족해 포기하려 했을 때, 장태준(이정재)이 받으면 안 되는 돈을 받았다는 걸 알았지만 욕심이 났고 모른 척했다는 것. 그는 “이제 내가 정의를 얘기한들 누가 정의를 믿겠니. 태준아 내가 모두 안고 가면 된다. 넌 나처럼 포기하지 마라”란 말을 남기고 떠났다.

장태준은 영정을 바라보며, “나도 끝까지 형님 막아내고 내 자리 지킬 겁니다”라고 강경하게 맞섰던 자신을 애달프게 바라봤던 이성민을 기억했다. 그리고 “최소한의 수치심도 없는 사람들은 법 뒤에서 웃고 있는데, 형님은 왜 이러고 있습니까”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국회에서 물고 뜯었어도, 마지막 가시는 길 꽃가마 태워드려야지”라며 뻔뻔하게 조문을 온 송희섭(김갑수)은 “힘이 있어야 소신도 지키고 정치도 할 수 있는 거야. 알량한 자존심만 지킨다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아니야”라며 고인이 된 이성민을 끝까지 비판해 장태준의 슬픔과 분노를 가중시켰다. “송희섭 의원, 장관이 되기 전에 짓밟아 줘야 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라고 다짐한 이유였다.

이성민의 죽음에도 세상은 움직였다. 송희섭의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됐으며, 청와대가 신속히 임명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발표된 것. 장태준은 강선영(신민아), 윤혜원(이엘리야), 고석만(임원희), 그리고 도움이 되고 싶다며 찾아온 한도경(김동준)과 함께 송희섭을 끌어내릴 수 있는 결정적 자료 수집에 나섰다.

그리고 자금 추적을 피하려고 만든 여러 개의 투자 회사 중 하나인 화인인프라와 송희섭이 관련돼 있다는 소문, 서북시장 재개발 관련 가짜동의서를 받았다는 점, 재개발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정남산업개발이 오원식(정웅인)과 관련돼 있다는 것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송희섭과 연관된 직접적 증거는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송희섭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도경이 물꼬를 텄다. 지역 언론사 자료를 조사하던 중 과거 한 경제포럼에서 송희섭이 화인인프라에 투자했다고 발언하는 영상을 찾아낸 것. 장태준은 이 영상을 가지고 정보원을 찾아갔지만, 송희섭이 검찰과 경찰을 쥐고 있는 이상,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는 답만 듣게 됐다.

그사이 강선영마저 의원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조갑영(김홍파)의 보좌관 김형도(이철민)의 제보로 강선영이 한부모 시설에서 만났던 미혼모의 낙태 수술을 도왔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것.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 대체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처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낙담한 장태준의 머릿속엔, “넌 일개 보좌관”이라며 자신을 무시했던 송희섭이 떠올랐다. 그리고 뭔가 결심한 듯 어지럽혀진 이성민의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가 말끔히 정리했고, 강선영에겐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날 끝까지 믿어줬음 좋겠어”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삼일회와 장관 임명 축하연을 벌이고 있던 송희섭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상을 전송했다.

그렇게 제 발로 송희섭 앞에 선 장태준. 언론사가 가지고 있던 원본은 파기하고 오는 길이라며, 유일하게 남은 영상이 담긴 USB를 박살냈다. 그리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성민 의원의 성진시 보궐선거 공천권, 제게 주십시오”라는 그의 거친 숨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둠에 물들지라도 권력의 정점에 서겠다는 장태준이 선택한 6g의 대가였다.

사진제공=‘보좌관’ 방송 화면 캡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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