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포수’ 박세혁의 숨은 가치

입력 2019-08-18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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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3루타는 타자가 기록할 수 있는 공격지표 중 가장 어려운 항목이다. 18일까지 리그에서 가장 많은 3루타를 친 타자는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로, 10개다.

지난해 시즌 전체 3루타 1위는 10개를 뽑아낸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이었다. 리그에서 유일한 두 자릿수 3루타의 주인공이었다. 2010년 이후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은 시즌 3루타 기록은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서건창의 17개다.

그만큼 3루타는 어렵다. 타구의 절묘한 코스, 그리고 정상급 주루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두산 베어스 박세혁은 1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시즌 6번째 3루타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사상 포수의 시즌 최다 3루타 기록이었다.

포수는 특성상 전체 야수들 중 평균적으로 기동력이 가장 떨어지는 포지션이다. 수비훈련을 거듭할수록 발달되는 하체근육도 빠른 주력에는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박세혁은 팀 내에서도 손꼽히는 빠른 발을 자랑한다. 리그 전체 포수들 중 기동력은 단연 으뜸이다. 타고난 능력도 있지만, 리그 전체 포수들 중 유일하게 거의 매일 순간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한 단거리 러닝훈련을 빠짐없이 소화하는 것도 비결이다.

또 타구의 방향과 상대 야수의 수비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순간적으로 결정하는 공격적인 주루는 전력분석능력이 뛰어난 포수의 장기를 십분 활용한 결과다.

빠른 발을 지닌 포수는 잘 드러나진 않지만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 접전이 이어지는 경기 중·후반 무사 또는 1사후 주전 포수가 안타나 볼넷으로 출루할 경우 감독은 고민에 직면한다. 작전성공 확률을 높이고 병살을 막기 위해 기동력이 떨어지는 포수를 대주자로 바꾸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작전이 성공해 리드를 잡더라도 투수 리드 등 수비가 약한 백업포수로 8·9회를 버텨야 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두산은 이런 상황에서 대주자가 필요 없다는, 수치화하기 어려운 강점을 누리고 있다. 특히 박세혁은 17일까지 타격 부문에서도 팀 내 6번째로 높은 타율(0.274)과 OPS(0.737)를 기록 중이다. 포수 타순에서 소모되는 대타와 대주자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포수로는 매우 드물게 좌타자라는 매력도 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박세혁은 포수의 ‘발’이 아니다”고 칭찬하며 “풀타임 첫 시즌이라서 체력적인 어려움이 클 텐데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투수와 팀에 헌신하겠다는 의지도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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