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29년 만의 ‘평양원정’…붉은악마가 평양 땅 밟으려면

입력 2019-08-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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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카타르월드컵을 향한 한국축구의 긴 여정이 다음달 막을 올린다. 파울루 벤투 감독(포르투갈)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9월10일(한국시간) 투르크메니스탄과 아시아 2차 예선 원정 1차전을 시작으로 장기 레이스에 돌입한다.

현재 최대 관심사는 10월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예정된 북한과 원정 3차전이다. 이 경기는 1990년 평양 능라도에서 펼쳐진 남북통일축구대회 이후 29년 만에 북한 심장부에서 진행될 스포츠 빅 이벤트이다.

그러나 양측의 특수한 관계로 여느 원정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실무자 입장의 대한축구협회·북한축구협회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와 통일부와 청와대까지 남다른 관심을 갖고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하나부터 백까지 협의를 거쳐야 하나 그 중 핵심 안건은 방북 규모다. 태극전사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등 순수 선수단을 제외해도 취재진·응원단의 평양 입성과 관련한 제반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 응원단 없이 선수단만 평양으로 향하는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룰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가 대표팀 공식응원단(붉은악마) 수백 명의 방북을 추진한다고 보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홀로 희망하고 원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북한의 태도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전례도 있다.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과 최종예선에서 남북이 마주쳤는데, 당시 북한은 “평양에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허용할 수 없다. 응원단도 마찬가지”라는 이유로 중립경기(중국 상하이)를 진행했다.

더욱이 인조 그라운드로 조성된 김일성경기장은 북한축구의 성지다. 10만 홈 관중 앞에서 자칫 한국에 패하기라도 하면 북한의 타격은 배가 된다. “평양 원정은 우리 대표팀이 현지 도착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배경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잔뜩 경색됐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10월 평양 원정, 내년 6월4일 홈경기를 통해 축구가 지금의 불편한 기류를 해소해주길 기대한다. 대한축구협회는 북한과의 공동개최도 염두에 두며 2023여자월드컵 유치를 신청했다.

다만 지나친 정치적 개입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응원단 방북이 승인되더라도 태극기가 아닌 생뚱맞은 한반도기의 등장, 순수 축구 팬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잔뜩 평양에 입성하는 장면은 모두 원치 않는 그림이다. 축구는 축구로 남아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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