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흥식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KIA 타이거즈 박흥식 감독대행(57)은 5월 16일을 끝으로 물러난 김기태 전 감독의 뒤를 이어 호랑이 군단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박 감독대행은 4개월여 동안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젊은 자원 위주로 전력을 개편해 팀을 운영해 왔다. 팀 수장으로 나선 5월 17일부터 3일까지 박 감독대행이 거둔 성적은 42승1무39패다. 승률 0.519를 기록해 하위권 속에서도 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후 누차 “아직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5강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선수들을 끊임없이 독려했다. 마지막까지 야구장을 찾아주는 팬들을 위해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정규시즌 운영에 힘썼다.
그러나 전력의 한계는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여실히 드러났다. 연승으로 힘을 얻다가도 5강권 팀들과의 맞대결에서 연패를 당해 곧 발목이 잡혔다. 선발투수 중에서는 오직 양현종밖에 믿을 자원이 없다는 것도 KIA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전력 개편 속 젊은 야수들에게 과거 베테랑들의 화력을 기대하기란 무리였다.
그럼에도 박 감독대행은 자신의 야구를 끝까지 밀어붙였다. 유민상, 박찬호 등 새로운 자원들을 계속 중용했고, 기복 있는 투구로 고민을 안겼던 외국인투수들은 시즌 마지막까지 함께 끌고 가기로 했다.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뜻 역시 팀에 담았다. 불펜에서 롱맨으로 활약한 이민우에게 지난달 27일 선발기회를 부여했고, 다가오는 로테이션에는 강이준도 선발진에 포함된다. 이외에도 홍원빈 등 젊은 투수들도 박 감독대행의 눈길을 받는 중이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 감독대행에게는 여러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대행’이 아닌 정식 ‘감독’ 자리를 맡을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박 감독대행은 부족한 살림 속에서도 5할 이상의 성적을 내며 팀 전력개편까지 실시하고 있다. 리빌딩을 진행 중인 KIA에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일 수 있다.
KIA는 2004년 당시 유남호 감독대행이 역대 대행 승률 1위(0.591)를 기록하며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이후 공로를 인정받아 당당하게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가을야구는 박 감독대행에게 이미 어려워졌지만, 현재의 팀을 만드는 데 있어 공은 무시할 수 없다. 박 감독대행은 유 전 감독처럼 승격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