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신임 단장으로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 성민규 단장(왼쪽)이 선임됐다. 미국식 제너럴 매니저(GM)를 원한 롯데 구단의 도박과도 같은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사진은 4일 사직 삼성전에 앞서 공필성 롯데 감독대행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성 단장. 사직|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미국 출신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이상구 전 롯데 자이언츠 단장에게 제리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외국인 선수의 교체 필요성이 제기됐던 시기다.
이 단장은 “국내 감독들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1군 엔트리 제외는 ‘바꿔 달라’는 표현이다. 그러나 ‘로 감독님’(실제로 이러한 호칭을 자주 사용했다)은 그런 것이 없다. 1군에 부상선수가 없으면 좀처럼 엔트리 변경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 감독은 KBO리그 사령탑이었지만 ML스타일로 팀을 운영했다. ‘단장이 팀을 짜면 내가 운영한다’로 요약된다. 분명히 대단한 성과를 보여줬지만 팀의 세대교체를 위한 밑그림에는 열중하지 않았다. 로 감독 입장에서 그 역할은 단장이 할 일이었다.
# 롯데가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성민규(37)단장을 선임했다. 여러 설명이 뒤따르지만 롯데 김종인 대표가 원하는 것은 ML GM이 모델이다.
위 사례는 한국 단장과 미국 GM은 전혀 다른 직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점차 교집합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어가 다른 만큼 문화에 큰 차이가 있다. 성 단장의 모델이라는 테오 엡스타인(시카고 컵스 CEO)과는 커리어가 전혀 다르다. 예일 대학교 출신 엡스타인은 20대에 GM이 됐다. 미국 사회에서 출생연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반면 올해 37세인 성 단장은 선후배관계가 여전히 엄격한 선수출신이기도 하다. 시작부터 사면초가가 될 수 있다. 롯데의 파격적인 실험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존을 77개의 공으로 나눠 공략했다. 그중 자신이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코스의 공 3.5개를 ‘해피존’이라고 이름 지었다. 타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반대로 투수는 절대로 피해야 할 해피존은 인생의 축소판인 야구의 철학이 요약된 곳이다.
이경호 스포츠부 차장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