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2019 결산⑤] 영화 시장 점령한 디즈니·효자된 ‘기생충’·여성 영화의 힘

입력 2019-12-25 07: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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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2019 결산⑤] 영화 시장 점령한 디즈니·효자된 ‘기생충’·여성 영화의 힘

올해 국내 영화 시장은 1000만 돌파 영화가 5개나 됐지만 일명 ‘중박’은 없는 해였다. 더 요약을 하자면, 국내 배급사 CJ ENM과 디즈니 등 거대한 자본 공룡들의 전쟁과도 같았다. 올해 최고의 관객을 모은 ‘극한직업’을 시작이었다. 이후 ‘어벤져스 : 엔드게임’, ‘알라딘’ 등 디즈니의 총공세가 이어졌고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들고 온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등장했다. 이어 여름 시장에는 ‘엑시트’가 활약을 펼쳤고 겨울에는 ‘겨울왕국2’가 활약을 펼쳤다.

거대 자본의 영화들이 활약을 보였고 중박이 없어 아쉬운 한 해였지만 그럼에도 기분 좋은 소식도 이어졌다. 유수영화제에서 수상 소식을 알린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내년 골든글로브 후보작으로 올랐으며 아카데미 수상까지 넘볼 수 있게 됐다. 또한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34관왕에 오른 ‘벌새’ 역시 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 거대 공룡 ‘디즈니’의 영화 시장 점령

올 한해 국내 영화 시장은 디즈니로 시작해 디즈니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비롯해 라이브 액션과 애니메이션 등이 날개 돋친 듯 활약을 펼치며 국내 영화 시장을 점령했다.

올해 1000만 돌파 영화가 역대 최초로 5편이 나온 가운데 3편이 디즈니 영화였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2’가 그 주인공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1383만 4592명, ‘알라딘’은 1255만 2283명이며 현재 상영 중인 ‘겨울왕국2’는 1273만 8120명(12월 23일 기준)을 모았다. 이 세 영화는 현재 올해 박스오피스 2~4위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이 세 편의 작품뿐 아니라 ‘캡틴 마블’,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 ‘라이온 킹’, ‘토이스토리4’ 등이 활약했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디즈니의 한국 지사인 월트디즈니 코리아는 국내 관객 점유율 26.9%로 전체 배급사 중 1위를 차지했다. 2008년 이후로 외국 투자배급사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무수한 팬층을 보유한 MCU작품들부터 추억을 소환한 라이브액션까지 거침없는 외화 돌격에 국내영화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극한직업’, ‘기생충’, ‘엑시트’ 등 대형배급사가 미는 영화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작품이 흥행에 실패했고 손익분기점이라도 맞춰야 다행인 시기였다. 이에 국내 영화인들은 “대형배급사들이 영화관을 독차지하는 독과점이 사라져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부터 아카데미 예비 후보까지 새 역사 쓰는 ‘기생충’

국내 시장은 외화가 장악했지만 해외에서는 국내 영화인 ‘기생충’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은 계속해서 수상 기록을 갈아치우며 내년 골든글로브 수상과 아카데미 수상까지 바라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것도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수상이었다. 빈부격차에 관한 메시지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담은 ‘기생충’은 국내에서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북미에서도 올해 외국어 영화 중 최고 수입을 거둔 영화가 됐으며 박소담이 부른 일명 ‘제시카 송’은 패러디까지 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감독 봉준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지난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감독 봉준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해외 유수영화제에서도 수상하며 전미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뉴욕필름비평가온라인어워즈(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LA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애틀랜타비평가협회(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토론토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시카고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에서 수상하며 내년 아카데미 수상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기생충’은 한국 최초로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각본상·감독상 후보에 올라왔으며 미국배우조합상 캐스팅상 후보에도 올라와있다. 또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주제가상 예비후로도 올라와 있다. 뉴욕타임스 등 유력지는 “‘기생충’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라고 전한 바 있다.


● ‘캡틴 마블’, ‘벌새’, ‘82년생 김지영’ 등 여성을 앞세운 작품들의 활약

올해는 여성을 앞세운 작품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남성 캐릭터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볼 수 있다. MCU 작품으로 여성 히어로의 타이틀이 붙은 ‘캡틴 마블’부터 여성 연대가 뚜렷하게 표현된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등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여성 경찰 콤비가 성범죄를 탕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걸캅스’, 1990년대 소녀의 삶을 그린 ‘벌새’, 일반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은 차별과 설움을 전달하는 ‘82년생 김지영’까지 여성 서사의 중심의 콘텐츠가 스크린에 보이기 시작했다.

성과도 좋았다. ‘캡틴 마블’은 580만 관객을 돌파했고 ‘82년생 김지영’은 367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았다. 8월에 개봉한 ‘벌새’는 독립영화에서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34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13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라미란‧이성경 주연 영화 ‘걸캅스’도 16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전에도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있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반면, 올해는 다른 결과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관람을 하진 못하지만 티켓을 사서 좌석을 채우는 일명 ‘영혼 보내기’가 논란이 됐고 극단적인 ‘여성 혐오’ 발언과 평점 테러 등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영화 제작자들은 ‘콘텐츠의 확장’과 ‘젠더 갈등’ 사이에서 끊임없는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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