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2000년대에 태어나 ‘밀레니엄 세대’로 불리는 이들이 연예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SNS로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가수 아이유. 사진제공|카카오M
■ 밀레니엄 베이비들이 뜬다|연예계 변화 키워드 3가지 ‘下’
‘밀레니엄 베이비’ 2000년생들이 스무 살을 맞기까지 연예계도 빠르게 변했다. TV로만 접했던 연예인과 ‘채팅 친구’가 되고,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했던 연예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변화를 이끄는 주역 역시 1990년대와 2000년 초반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다. ‘SNS’와 ‘독립성’, ‘권리’는 이들의 성장과 함께 생성된 연예계의 새로운 키워드이다.
실시간 댓글·동영상 채팅 통해 대중과 거리 좁혀
무분별한 루머·악플 테러 등은 사회문제로 확산
밀레니엄 세대 독립성 강조…‘나의 행복’에 초점
공정한 경쟁 추구…노예계약·불공정 계약 ‘적폐’
● ‘디지털 유목민’ 세대의 힘…SNS
2010년대 연예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SNS’일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이 등장해 빠르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SNS와 함께 자라났다. 실제로 미디어회사 나스미디어의 ‘2018 인터넷 이용자 조사’를 보면 “10대와 20대의 SNS 이용률이 각각 87.8%와 87.5%”이다.
이처럼 ‘대세’가 된 SNS가 연예계에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한껏 좁혀진 스타와 대중의 거리다. 가수 아이유, 현아 등 많은 아이돌 가수들은 SNS의 댓글·실시간 영상 채팅 기능을 통해 팬들과 직접 대화하며 소통한다. SNS는 이들의 새로운 ‘무대’가 되기도 한다. 개그맨 유세윤, 유병재와 연기자 이미도 등은 웃긴 사진과 재치 있는 글을 시리즈물로 올려 주목 받았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정보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특성 때문에 SNS는 ‘연예계 루머’의 온상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무분별한 ‘악플’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동안 ‘악플 테러’에 시달린 가수 설리와 구하라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후 “악플은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 ‘나’를 드러내자!…독립성
‘마이싸이더’. 나를 중심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밀레니엄 세대’의 가치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작년 전국 만 15∼3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밀레니엄·Z세대 트렌드 키워드 검증 조사’에서 “나는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40.6%였다.
당당히 교제 사실을 공개한 가수 던(왼쪽)·현아 커플. 스포츠동아DB
“나의 행복”을 말하는 연예인들은 ‘공개 열애’에도 주저함이 없다. 과거 전속계약서에 ‘연애 금지’ 조항이 있을 정도로 금기시됐지만, 최근 아이돌 가수 강다니엘과 트와이스 지효, 슈퍼주니어 김희철과 트와이스 모모, 연기자 김보라와 조병규 등이 “솔직하고 싶다”며 자신들의 사랑을 공개했다. 가수 현아와 던은 2018년 “사실무근”이라는 소속사의 입장을 뒤집기까지 했다. “나를 속이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콘텐츠 제작현장에서는 나이나 경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김향기(20), 김새론(20) 등 비교적 어린 나이의 연기자들이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덕분이다. 2003년 데뷔한 연기자 정다빈(20)은 스포츠동아 인터뷰에서 “최근 촬영현장에선 연출자의 지도를 따르는 게 아닌, ‘내가 만족하는 연기’를 하라고 독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 공정하게 ‘페어플레이’…권리
김난도 서울대 교수팀이 2020년대 소비트렌드를 분석한 책 ‘트렌드코리아 2020’은 ‘페어플레이어’를 내세워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공정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청자 투표 조작 논란으로 비난받은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사태도 10∼20대가 주를 이루는 시청자가 중심이 돼 관련 사실을 밝혀냈다. 공정한 경쟁과 그에 합당한 성과를 바라는 시선이 바탕에 있었다.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밤샘촬영’을 당연시했던 드라마 촬영현장은 “주 52시간 근무”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아이돌 스타들 사이에서 종종 문제가 된 ‘노예계약’도 사라지고 있다. 2017년 10∼20대 연예인지망생의 불공정 계약 문제를 개선하는 ‘표준계약서’가 시행 중인 것도 연예계 안팎의 꾸준한 목소리가 일군 변화의 시작이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