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카데미상①] 백인·남성 우월? 달라지는 ‘오스카’

입력 2020-02-0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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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은 매년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숙제를 남겨왔다. 사진은 2014년 3월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예 12년’의 루피타 뇽(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안젤리나 졸리·브래드 피트(왼쪽부터) 등 배우들이 축하하는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기생충’ 미국 아카데미 수상 10일 결판|3가지 키워드로 본 오스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과연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의 주인공이 될까.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10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가운데 작품상과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인 ‘기생충’을 향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아카데미상에 대한 궁금증도 새삼 커지고 있다. 1929년 첫 시상식 이후 아카데미상은 할리우드의 성장에 발맞춰 전 세계 영화시장의 중심으로 전통을 쌓으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왔다. 이를 ‘인종’ ‘여성’ ‘목소리’의 키워드로 짚었다.

#인종
2016년 인종 차별 격렬한 보이콧
흑인영화 작품상…오명 씻기 노력

#여성
여성감독상·흑인 여배우에 인색
2002년 베리 첫 흑인 여우주연상

#목소리
반 이민정책 반대·미투운동 동참
영화인들 사회 향한 목소리 눈길

영화는 시대를 반영하고, 세상은 영화를 통해 변화한다. 전 세계 영화를 주도하는 ‘메카’ 할리우드의 또 다른 상징, 미국 아카데미상을 ‘로컬 시상식’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 ‘다인종 포용’…보이콧까지

2016년 아카데미상 직전 할리우드에서는 시상식 보이콧이 벌어졌다. 사회파 연출자인 스파이크 리 감독 등은 SNS에 ‘#Oscars_So_White’(백인 중심 오스카)라는 해시태그로 아카데미상의 인종 편향을 비판했다. 그해 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유색인종이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개최 초기 미국의 백인 주류층인 ‘와스프’를 중심으로 꾸려진 아카데미상은 1980년대를 거치면서 비판에도 직면했지만 보수성을 털어내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91년 동안 남우주연상을 받은 흑인 배우는 단 네 명 뿐이다. 흑인배우 에디 머피는 1988년 작품상 시상자로 나서 “아카데미는 흑인을 차별한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격렬한 보이콧을 거친 아카데미상은 2017년 흑인소년의 성장기인 ‘문라이트’에 작품상을 안기면서 ‘백인잔치’라는 오명 씻기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실존 흑인음악가와 이탈리아 이민지의 이야기 ‘그린 북’이 작품상을 받았다.

인종차별의 문제는 유색인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대부’의 말런 블랜도는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 원주민을 왜곡해 그린다고 비판하면서 남우주연상을 거부했다.

2014년 3월 열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블루 재스민’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여성감독상·흑인 여우주연상…한 번뿐

화려한 겉모습에도 아카데미상은 여성 영화인에 대한 인색한 평가로도 아쉬움을 남긴다. 지금껏 여성감독의 수상은 2010년 캐스린 비글로(허트 로커)가 유일하다. 역대 아카데미상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감독은 지금껏 다섯 명에 그친다.

올해에도 감독상 여성 후보는 없다. 영화매체 인디와이어는 남녀주연상 및 조연상에도 유색인종 후보가 한 명 뿐이라면서 “다양성의 기회를 날렸다”고 꼬집었다.

주연상에서도 흑인 남성보다 흑인 여성의 수상은 한참 늦다. 1964년 시드니 포이티어(들백합)가 흑인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흑인 여배우의 주연상 수상은 그로부터 38년이 흐른 20 02년에야 이뤄졌다. 할 베리(몬스터 볼)의 기록이다.

여성 중심 영화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다. 케이트 블란쳇은 2014년 여우주연상(블루 재스민)을 받고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비판의 ‘목소리’…아카데미상의 권위

아카데미상의 명성과 권위는 ‘할 말은 하는’ 비판의 목소리로부터 힘을 얻는다.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시상식을 활용해 현실의 부조리를 향한 목소리를 내는 시도가 공감과 반향을 일으키곤 한다. 이는 수상작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2017년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들의 가슴에는 파란색 리본이 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드러낸 ‘묵언의 외침’이었다. 2018년 레드카펫은 온통 블랙 물결을 이뤘다. 할리우드에서 촉발된 여성 영화인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 ‘미투’(#MeToo) 동참 의지의 표현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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