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와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의 조별예선경기에서 전북 조규성이 요코하마 수비수를 제치며 돌파하고 있다. 전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지난해 12월 말,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회원국들에 대륙 순위(랭킹)와 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쿼터를 안내하는 공식 문서를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전달하자 K리그는 비상이 걸렸다. 풍문으로 접한 쿼터 조정이 현실로 닥친 탓이다.
K리그는 2021년부터 2년 간, 2+2장을 받게 됐다. 올 시즌까지 리그 우승 팀과 2위, FA컵 챔피언이 조별리그에 직행하고 리그 3위가 플레이오프(PO) 단판승부를 갖는 형태였다면 내년부터는 리그·FA컵 우승 팀이 조별리그에 안착하고 리그 2·3위는 PO를 거쳐야 한다.
AFC는 동·서아시아 최상위 1, 2위 회원국들이 3+1, 3위가 2+2를 받도록 했다. K리그가 일본 J리그와 자리를 바꿔야 한다. 과거 동아시아 클럽 축구는 한국과 중국이 주도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최근의 기류가 그렇다.
2017년은 제주 유나이티드만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서 도전을 멈춘 반면, 중국·일본은 두 팀씩 8강에 올랐고 우라와 레즈(일본)가 정상에 섰다. 2018년에는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이 8강에 진입했지만 가시마가 우승했고, 지난해 대회에선 전북과 울산 현대가 16강에서 탈락한데 반해 중국·일본은 두 팀을 8강에 올렸다. 우승은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에게 돌아갔지만 우라와가 2년 만에 다시 결승에 올라 대조를 이뤘다.
더욱이 PO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그간 PO는 결과가 뻔한,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관문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추이를 장담할 수 없다. 2018년 왕좌에 오른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도 홈에서 멜버른 빅토리(호주)에 0-1로 패해 탈락할 정도다. 특히 연초 진행되는 PO는 동계훈련 중 이뤄져 풀 전력을 꾸리기 어렵다는 변수가 있다.
결국 2024년 이후 ACL에서 줄어든 쿼터와 좁아진 입지를 회복하려면 올해와 내년 대회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여전히 압도적인 투자로 쟁쟁한 스타를 흡수하는 중국은 별개로 하고, 일본을 넘어야 한다는 결론이 선다. 많은 축구인들이 “경쟁력이 필수다. K리그가 토너먼트에서 오래 생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그러나 첫 걸음은 불편하다. 각각 FC도쿄,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안방으로 불러들인 울산, 전북은 승수를 쌓지 못했다. 1무1패. 특히 한일 챔피언 대결로 관심을 끈 승부에서 전북이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일본만큼은 넘어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은 어떻게 귀결될까. 초라한 출발이 창대한 끝으로 바뀔 수 있을까. 조별리그 1라운드의 남은 기회는 빗셀 고베를 19일 홈으로 불러들일 수원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