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바이러스와 올림픽 연기, 그리고 생존 문제

입력 2020-03-25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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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올림픽도 결국은 돈 문제다. 한쪽에선 메달 개수를 세지만 또 다른 쪽에선 돈을 세는 게 지구촌 최대 축제의 민낯이다. 올림픽 정신으로 평화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엔 장사 마인드가 똬리를 틀고 있다. 돈을 굴리는 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몫이다. 주요 수입원은 방송 중계권과 스폰서십(올림픽 파트너)인데, 벌어들이는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IOC는 이 수익의 일정 부분을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와 경기단체에 나눠주면서 위상을 높였다. 결국 IOC는 돈으로 스포츠 권력의 정점에 설 수 있었다.

IOC가 처음부터 부자는 아니었다. 1980년부터 21년간 장기 집권한 후안 사마란치(스페인) 위원장이 상업화의 문을 열면서 급성장했다.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으로 ‘마피아’라는 비난을 받긴 했지만 황금 알을 낳는 계약을 연거푸 성사시키면서 재정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이후 자크 로게(2001~2013년·벨기에)에 이어 토마스 바흐(2013~현재·독일)가 수장에 오른 지금도 IOC는 스포츠의 절대 권력으로 군림한다.

그런데 돈과 권력을 함께 쥔 IOC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2020도쿄올림픽이 개막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내년으로 연기됐다. 그동안 올림픽이 전쟁으로 취소된 적은 있었지만 질병으로 연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예상 못한 코로나19의 변수에 IOC도 당할 재간이 없었다.

최근 일련의 과정을 보면 IOC는 너무 안일했다. 최근까지도 강행 의지로 버텼다. 바흐 위원장은 취소 가능성에 대해 “억측의 불길에 기름을 붓지 않겠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전념하고 있다”며 쐐기를 박았다. 일정상 혼란은 물론이고 막대한 손실을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종목별 경기단체와 선수대표, NOC 대표와 연쇄 화상회의를 연 것도 자신의 방침을 굳히기 위한 요식행위였다.

개최국 일본은 손실을 걱정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1년 연기에 따른 경제 손실이 7조3000억 원에 이르고, 취소되면 51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니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서 연기(또는 취소) 가능성을 일축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코로나19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서 폭발적으로 확산하며 지구촌 스포츠를 마비시켰다. 이런 판국에 올림픽을 강행하는 건 무리수다. 흥행을 보장할 수도 없는데다 특히 선수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도처에서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캐나다와 호주는 대회 보이콧까지 선언했다. 일본 내 여론도 연기 쪽으로 기울었다. 올림픽 중계권을 보유한 미국 방송사 NBC가 공식적으로 “연기를 수용 하겠다”고 한 게 결정적이었다. 결국 비난 여론에 떠밀린 IOC와 일본은 백기를 들고 말았다.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단이다. 그들의 안전은 어떤 상황에서도 보장되어야한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마당에 대회를 강행하는 건 무책임의 극치다. “사람의 생명은 올림픽 개최를 포함한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바흐 위원장의 생각과도 맞지 않는다. 올림픽은 승부의 세계이지만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생존의 문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바로 생명이다. 어쨌든 이번 연기는 늦었지만 잘된 결정이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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